국내 최대 프로기전인 ‘KB국민은행 바둑리그’가 파격적인 변신을 꾀하고 나섰다. 대국 속도는 확 높이면서도 용병의 중요성까지 배가시킨 규정을 전격 도입하면서다. 현대 스포츠의 대세인 경기 시간 단축과 외국인 선수 활용 등으로 팬들에게 한층 더 다가서겠단 주최(한국기원) 측의 강한 의도가 반영된 모습이다.
13일 한국기원 등에 따르면 ‘2024~25 KB리그’ 일정과 참가팀 구성, 제한시간을 비롯한 구체적인 대국 방식 및 선수 선발 절차 등이 확정됐다.
이번 ‘2024~25 KB리그’엔 울산 고려아연(감독: 박승화)과 원익(이희성), 수려한 합천(고근태), 마한의 심장 영암(한해원), 정관장 천녹(최명훈), 킥스(김영환), 전주시(양건), 영림임업(박정상) 등을 포함한 8개 팀이 참여한다. 지난 시즌에 참가했던 한국물가정보와 바둑메카 의정부 대신 전주시(★관련기사 본보 1월15일자 19면 [단독] 바둑의 전설 ‘이창호 9단’, KB리그 신생 고향팀 총감독 맡는다)와 영림임업이 신생팀으로 참전했다.
이번 시즌에서 가장 변화된 포인트는 정규리그(5판3선승제) 대국방식이다. 8개 팀이 더블리그(14라운드)로, 팀당 총 56경기씩 펼칠 이번 시즌의 모든 경기는 1대국씩 진행되고 해당 결과가 나온 이후 다음 맞대결(순차대국) 선수를 공개(오더제)하도록 했다. 매판 결과와 무관하게 5대국을 모두 진행했던 지난 시즌과는 달라진 모양새다. 무엇보다 시간누적(피셔) 방식의 장고(기본 40분, 추가 20초)와 속기(10분, 20초), 초속기(1분, 20초)로 이어갔던 지난 대회와 달리 이번 시즌엔 모든 대국을 초속기(1분, 10초)로 통일했다. 그동안 이벤트 대회에서나 적용됐던 초속기(1분, 10초) 대국의 전면 채택은 20년 가까이 운영돼 온 KB리그에서도 처음이다.
이에 대해 ‘2024~25 KB리그’에 참가 예정인 한 중견 프로바둑 기사는 “‘이번 KB리그만큼은 바둑팬들만을 위한 형태로 진행해보자’는 취지의 기원 내부 회의 결과가 감안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짧은 동영상이 대세인 유튜브 시대에 맞춤형 콘텐츠로 접근하겠단 의지도 포함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최근 지속적인 하락세 여파에 올 들어선 0.1%대 수성도 버거운 바둑TV 시청률 만회까지 꾀하겠단 심산이다.
변화된 용병제 또한 눈여겨볼 대목이다. 지난 시즌에선 용병(후보) 영입이 어려울 경우, 국내 선수로 대체 가능했지만 이번 대회에선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용병 수혈에 실패한다면 후보가 부족한 상태로 ‘2024~25 KB리그’에 임해야 된단 얘기다. 감독 입장에선 그만큼, 선수 기용의 폭은 축소될 수밖에 없고 팀원들의 체력적인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이 밖에 지난 시즌에선 3지명까지 뽑았던 자율 드래프트 규모를 올해엔 4지명으로 늘렸고 5지명은 선발전 통과 선수 가운데 보강키로 했다.
향후 일정을 살펴보면 이번 시즌에 나올 8개 팀은 이달 22일까지 보호 선수를 정한 이후, 24일엔 1∼4지명을 우선 뽑는다. 이때 제외된 선수들은 다음 달 5일부터 20일까지 별도 선발전을 통해 22일 열릴 5지명 2차 선발식에 나서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출항할 ‘2024~25 KB리그’는 12월 9일 개막 오프닝데이에 이어진 12일 개막전과 더불어 5개월여 동안 지속될 예정이다. 정규리그 상위 4개 팀은 포스트시즌에 진출,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으로 최종 우승팀을 정한다. 우승팀엔 2억5,000만 원, 준우승팀엔 1억 원, 3위 팀엔 6,000만 원, 4위 팀엔 3,000만 원씩 주어진다. 최종 팀순위 상금과 별도로 매 경기 승리 팀엔 1,400만 원과 패한 팀엔 700만 원의 대국료가 책정됐다.
‘2024-25 KB리그’는 매주 목∼일요일 저녁 7시부터 바둑TV와 바둑TV의 유튜브채널, 네이버 스포츠를 통해 생중계된다. 타이틀 후원사는 KB국민은행이다.
한편, KB리그는 K바둑의 인큐베이터로 자리했단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03년 6개 팀으로 출범한 한국드림리그에 이어 이듬해 한국바둑리그를 거쳐 2006년부터 매년 7~12개 팀이 참가, 평균 5~6개월 동안 운영되면서 국내 바둑계의 산파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