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그컵 5개 가져간 포르쉐 딜러사 직원... 법원 "해고는 너무 심해"

입력
2024.10.13 12:29
가져간 머그컵은 고객 주거나 반납

고객에게 제공되는 사은품인 머그컵과 달력 등을 회사 허락 없이 가져간 직원을 해고한 처분은 지나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최수진)는 포르쉐 공식 딜러사인 아우토슈타트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7월 26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2014년 8월부터 아우토슈타트에서 근무하던 A씨는 지난해 회사에서 해고 통보를 받았다. 고객 사은품인 머그컵 세트 다섯 개와 달력 다섯 개를 무단으로 반출했다는 이유였다. A씨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고, 충남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A씨의 편을 들어주며 구제신청을 인용했다. 그러자 사측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도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머그컵 세트를 무단 반출한 것은 맞지만 머그컵 한 개는 약 2만 원 상당으로 재산적 가치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A씨가 세트 다섯 개 중 두 개를 고객에게 증정했고, 나머지 세 개를 회사에 반납한 사정도 고려했다. 비록 이 무단 반출 행위로 다른 고객들에 대한 머그컵 증정이 지연된 것은 맞지만, 이것이 회사의 업무 수행에 큰 지장을 초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머그컵 세트 무단 반출 부분만으로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책임 있는 사유에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달력 역시 사측에서 적극 제지하지도 않았고 보관 수량이 어느 정도 많았던 사정 등을 고려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회사가 A씨를 해고한 것은 징계권자의 징계 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고 결론 내렸다.

이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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