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은 29일 투항하거나 포로로 잡힌 러시아 파병 북한군이 귀순을 요청할 경우 "우리 영토에 있는 한 사람이기 때문에 당연히 받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상되는 파병 북한군의 규모는 1만900명 정도로 이 중 3,000명 정도는 이미 전선으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정원은 또한 북한 정권이 러시아 파병을 입단속하고 있지만 입소식이 퍼지면서 주민들 동요가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이날 비공개로 진행한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현재까지 러시아 파병 북한군 중 3,000명 정도가 전선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지만, 정확한 인원과 상황 등은 우크라이나 측과 공조해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고 여야 간사 이성권 국민의힘·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했다. 이동 지역이 우크라이나 최대 격전지인 쿠르스크인지 여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국정원은 또한 러시아가 파병된 북한군을 대상으로 '발사' 등 100여 개 군용어를 교육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러시아와 북한군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교육 또한 쉽지 않아 보인다"고 부연했다. 국정원은 김영복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을 포함, 책임자급 장성들이 전선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확인 중에 있다고도 했다.
파견된 북한군이 폭풍군단(11군단) 최정예 병사들이 아닌 10~20대의 어린 '총알받이'라는 외신 보도와 관련해서는 "북한의 군입대 연령은 18세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10대도 있으며, 주로 20대 초반이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러나 기본적으로 11군단이 받아야 할 전투훈련은 받았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전투력을 결코 낮게 봐선 안 된다"고 평가했다. 아무리 폭풍군단이라고 해도 현대전 경험이 없기 때문에 전투력이 미지수인 측면도 있다고 부연했다.
조태용 국정원장은 특히 "(파병에 대해) 입단속을 하고 파병 군인 가족들에게는 훈련을 (하러) 간다고 거짓 설명하는 정황이 포착됐다"면서 "(그럼에도) 파병 소식이 북 내부로 퍼지면서 '왜 남의 나라를 위해 희생하느냐', '강제 차출이 걱정된다'는 등 주민들 동요가 감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파병 북한군이 포로로 잡혀 귀순을 요청했을 경우엔 "헌법과 본인 의사를 존중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도 전했다.
국정원은 지난 23, 24일 러시아의 핵심 관계자가 정부 특별기를 이용해 모스크바와 평양을 왕복한 정황도 포착했다고 밝혔다. 파병 사실을 부인했던 러시아와 북한이 국제사회의 반발에 직면하면서 뒤늦게 시인한 게 "이러한 방문 이후의 결과"라는 판단이다. 국정원은 북러 협력이 강화된 결과로 올해 4,000여명에 달하는 북한 노동자들이 러시아에 파견됐으며, 이들이 받는 월급은 800달러(약 110만 원) 수준이라고도 보고했다.
조 원장은 우리 요원의 우크라이나 파견 여부와 관련해서는 "북한군이 해외파병을 해서 전투를 치루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고, 거꾸로 보면 우리가 북한군의 역량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면서 "국가안보 차원에서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가안보에 필요한 모든 방안을 검토하고 우크라이나와 협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참관단·심문조라는 단어를 사용한 적 없고, 적절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국정원은 최근 김 위원장이 해외 요인에 의한 암살을 의식해 드론 탐지 장비 도입을 추진하는 등 경호 수위를 한층 격상했다고 보고했다. 최근 발생한 평양 무인기 침투 사태에 따른 동향으로 풀이된다. 올해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은 약 110회인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0% 증가했다고 국정원은 봤다.
국정원은 김 위원장의 딸 주애와 관련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안내와 최선희 외무상의 보좌를 받거나, 전담 경호원이 대동되는 등 '지위'가 일부 높아졌다고 해석했다. 앞서 노동신문은 북한 노동당 창건 79주년 경축연회에 김 위원장과 딸 주애, 최선희 외무상 등이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한 러시아대사와 나란히 앉은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