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신체·정신 상태가 훌륭하다는 건강 검진 결과를 공개했다. 59세인 자신보다 20세 가까이 나이가 많은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78) 전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를 공략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조슈아 시먼스 백악관 부통령 주치의는 이날 서한을 통해 해리스의 검진 결과를 공개했다. 시먼스는 서한에서 "해리스는 훌륭한 건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행정부 수반, 국가원수, 군 통수권자를 포함한 대통령직 직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데 필요한 신체적·정신적 회복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한을 보면 가장 최근에 이뤄진 해리스의 검진은 지난 4월 때로, 특이사항은 없었다. 계절성 알레르기와 두드러기를 앓았으나, 지난 3년간 알레르겐 면역요법을 써 증상이 호전됐다고 한다. 현재는 비염 스프레이 등 약으로 관리하고 있다. 약한 근시가 있어 콘택트렌즈를 착용하지만, 책이나 신문 등을 읽을 때 렌즈나 안경을 필요로 할 정도는 아니다.
특별한 병력도 없다. 해리스는 당뇨·고혈압·고지혈증·심장질환·폐질환·신경질환·암·골다공증을 겪은 적이 없다. 3세 때 장중첩증으로 받은 맹장수술이 유일한 수술 이력이다. 모친이 대장암에 걸린 가족력은 있다.
생활습관 역시 건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리스는 매일 유산소와 코어 근력 운동을 하는 등 "건강하고 활동적인 생활 방식"과 "매우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시먼스의 설명이다. 담배도 피우지 않고, 술은 가끔 적당히 마신다. 결론적으로 해리스의 건강 상태는 계절성 알레르기가 "비정상(abnormal)이라고 부를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고 시먼스는 평가했다.
미국 언론들은 해리스가 트럼프와의 '건강 상태 차별화'를 위해 이 같은 검진 결과를 공개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가 11월 대선에서 승리해 내년 1월 취임하면 '역대 최고령(79세) 대통령'이 된다. 트럼프는 최근 이란과 북한을 혼동하거나, 청중 없이 진행된 TV 토론을 두고 "청중이 흥분했다"고 말하는 등 말실수를 연발해 '고령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트럼프가 자신의 건강에 관해 제한적 정보만 공개하는 점도 의심을 사고 있다. 지난해 11월 그의 주치의가 작성한 건강진단 결과서를 공개했으나, 문건에는 "전체적인 건강 상태는 뛰어나다" "인지력 등 정신건강은 탁월하다"는 평가만 있을 뿐 구체적 근거는 명시되지 않았다.
NYT는 "대선 후보는 건강 기록을 공개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선거 기간에 의료 보고서는 후보자에 대해 가장 장밋빛인 그림을 그리는 데 사용된다"며 "해리스는 의료 정보를 공개해 이를 거부한 트럼프와 자신을 대조시키고, 상대 후보 건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