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례적으로 주민들에게도 "한국이 무인기로 평양 상공 세 번 침투" 주장 전파

입력
2024.10.12 11:36
노동신문 1면 외무성 중대 성명 전문 실어
대외 매체 아닌 대내용 매체 보도 이례적
"북 지도부 심각 인식...대남 긴장 조성 의도"

북한이 11일 "한국이 평양에 무인기(드론)를 침투시키는 정치 군사적 도발 행위를 감행했다"고 주장한 가운데, 주민들이 보는 대내 매체 노동신문에도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북한은 그간 한국 민간단체의 삐라(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비판하는 담화를 내면서도 대외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서만 전할 뿐, 주민들에게는 알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12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전날 외무성 명의로 발표된 중대 성명 전문을 이날 1면에 그대로 실었다. 전날 저녁 조선중앙통신은 성명과 함께 평양 상공에서 포착됐다고 주장하는 무인기 사진과 삐라 살포 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지난 3, 9, 10일 심야 시간, 평양시 상공에 드론으로 삐라를 살포하는 행위를 국제법을 위반한 엄중한 범죄 행위로 규정하며, 재발 시 즉시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것이 북한의 주장이다.

주민들 보는 '노동신문'에 대대적 보도, 왜?

그간 북한은 남한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비판하고, 이를 명분으로 쓰레기 풍선을 28차례 남측으로 보내면서도 대내 매체에 보도하지는 않았다. 지난 5월 김강일 국방성 부상 명의로 국경 지역에서 대북 전단이 발견됐다는 내용을 담은 담화를 내놨을 때, 대외적으로 조선중앙통신으로만 전했다. 지난 7월 대북전단 사진을 공개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도 대내 매체에 실리지 않았다. 이는 주민에게 대북전단의 존재를 환기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이번에는 북한 영공이 뚫렸다는 치부까지 낱낱이 드러내면서 대북전단의 존재를 주민들에게 알렸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수도 상공이 세 번이나 뚫린 것에 대한 대비 태세가 부족함을 인정하면서도 북한 주민들에게 알리는 것은 그 만큼 지도부가 이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라며 "북한은 체제가 어려울 때마다 '괴뢰 대한민국에게 위협을 받고 있다'는 식의 단합 구호를 내세우는데 이를 이용해 대남 긴장을 조성하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적대적 두 국가론' 굳히기 위한 내부 결속 의도

'적대적 두 국가론' 정당화를 위한 내부 결속 의지도 엿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민들로 하여금 남측이 드론까지 동원해 위협하고 있다는 경각심을 일으켜,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세운 북한이 얼마나 정당한지를 설득하려는 정치적 목적"이라고 해석했다.

북한은 올 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주문으로, 이달 최고인민회의에서 '영토 조항 신설', '통일 삭제' 등을 반영한 헌법 개정이 이뤄지리라 관측됐지만 관련 소식이 보도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북한 내부에서도 '적대적 두 국가론'을 공식화하는 데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상당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북한은 제도적 정비는 끝맺지 못한 채, 남북 연결 도로·철도를 끊는 등 각종 '물리적 단절' 조치를 단행하고 있다.

이혜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