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마약 밀반입 의혹을 받는 인천공항 세관 직원들에 대한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이들이 마약 조직원들의 밀수를 도왔는지 사실관계 규명에 나설 계획이다. 사건 담당자였던 백해룡 경정(전 영등포서 형사과장)의 폭로 이후 야권은 해당 사건을 '마약 수사 외압 의혹'으로 규정하고 청문회까지 연 가운데, 경찰도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전날 마약류관리법 위반, 직무유기 등 혐의로 입건된 세관 직원 7명과 관련 인천공항 세관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5시간 30분간의 압수수색을 통해 관련 자료들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그동안 이들의 마약 밀반입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두 차례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 단계에서 기각됐다. 경찰은 이후 추가 조사를 통해 영장을 보강, 압수수색 필요성을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다국적 마약 조직이 인천공항을 통해 필로폰을 밀수하는 과정에서 세관 직원들의 연루 혐의를 수사하던 백 경정에게 경찰 고위 간부가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붉어지며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수사팀은 한국인과 말레이시아인, 중국인 등으로 구성된 국제조직을 수사하던 중 '세관 직원들이 마약 조직원을 도왔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백 경정이 당시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이었던 조병노 경무관으로부터 언론브리핑에서 관세청 관련 문구를 삭제할 것을 요청받았다고 폭로하며 논란이 됐다. 당시 조 경무관은 공식 수사 지휘 계통에 해당하지 않는 직위에 있었다.
백 경정은 당시 영등포경찰서장이었던 김찬수 총경 또한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용산에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했다며 외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야권에선 대통령실의 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하며 지난 8월 국회 청문회가 열리기도 했다.
조지호 경찰청장도 이날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관련 "수사에 유의미한 진전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조 청장은 "국내 마약 유통망과 관세청 연루 의혹 등 두 갈래 모두 수사를 하고 있고 유의미한 진전도 있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