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든 예능이 요식업을 뒤흔들고 있다. 장안의 화제작 '흑백요리사'의 이야기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흑백요리사'는 맛 하나는 최고라고 평가받는 재야의 고수 흑수저 셰프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셰프 백수저들에게 도전장을 내밀며 치열하게 맞붙는 100인의 요리 계급 전쟁이다. 방송 내내 최고의 요리사가 되기 위해 셰프들은 여러 미션을 거치며 쉴 새 없는 사투를 벌인다. 이들은 백종원과 안성재라는 깐깐한 심사위원의 평가를 받았고 끝내 나폴리 맛피아가 우승을 거뒀다. 셰프들이 보여준 진기명기 같은 요리 퍼포먼스에 시청자들은 열광했고 '흑백요리사'의 인기는 고공행진 중이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흑백요리사'는 지난 9월 23일부터 29일까지 4,900,000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했다. 한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 4개국 1위를 포함, 총 28개국 TOP 10에 올랐고 3주 연속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TV(비영어) 부문 1위라는 쾌거를 이뤘다. 특히 한국 예능 최초의 기록을 경신했다.
김은지 PD는 이러한 성과에 대해 "이 정도로 큰 사랑을 받을 줄 몰라서 감사한 마음이다. 100인의 요리사들의 매장에 예약이 급증하고 많은 분들이 찾아주신다고 하더라. 한국 요식업에 활기를 불어넣는데 보탬이 된 것 같아 뿌듯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최현석 셰프 역시 "'흑백요리사'의 가장 큰 의미는 대한민국 요식업계가 어려울 때 다시 (대중의) 관심을 가져올 수 있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제작진과 출연자들의 말처럼 '흑백요리사'의 인기는 요식업계에 전반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요식업계는 큰 타격을 입었던 터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나 웹예능 '또간집' 등 맛집을 조명하는 예능들의 영향으로 일부 맛집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기도 했지만 요식업계 전체의 성장으로 보기는 어려웠다. 그렇기 때문에 요식업계에겐 지금의 현상이 반가울 따름이다. 특히 도시 번화가 뿐만 아니라 노포와 재래시장까지 손님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셰프들이 직접 운영하는 대부분의 식당은 방문을 위해선 약 1개월 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상황이다. 기자가 직접 식당 예약 플랫폼을 이용해 일부 식당 예약을 도전했으나 동시 접속자만 무려 4만 명에서 9만 명에 이르렀고 예약이 시작되자 플랫폼 서버가 터지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네이버 데이터랩과 캐치테이블에 따르면 흑백요리사 관련 검색도 폭증했다. 출연 셰프들의 식당 검색량은 전주 대비 74배 상승했고 셰프들의 식당 평균 예약 증가율은 약 148%로 집계됐다.
스타 셰프들의 등장도 눈길을 끈다. '냉장고를 부탁해' 등으로 최현석 오세득 셰프가 스타 셰프 대열에 합류했으나 요리 예능 인기가 점차 식으며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하지 않았다. 이에 오랜만에 등장한 신선한 셰프들의 활약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ENA '백종원의 레미제라블'에는 데이비드 리(고기깡패)와 임태훈(철가방) 윤남노(요리하는 돌아이)가 출연, 방송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처럼 잘 만든 예능이 산업 전반에 미치는 여파가 크다. 특히 '흑백요리사'는 이제 본격적으로 해외에서 인기몰이를 시작하고 있다. 외신들은 일찍이 '흑백요리사'를 주목하는 중이다. 홍콩 언론 AM730은 칼럼을 통해 "단숨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레스토랑 40곳이 생겼고, 사람들이 한국을 여행해야 할 이유가 됐다"고 분석했다. 또 블룸버그통신은 "'흑백요리사'는 팬데믹 이후 어려움을 겪던 한국 외식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어 해당 셰프들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예약이 급증하고 있다"라면서 인기 현상을 조명했다. 이에 한식의 글로벌 주류 입성까지도 역시 기대해볼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