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미국 동부 명문 예일대에서 ‘한국’을 전공할 수 있게 됐다. 한국 대중문화의 힘이 견인한 쾌거다. 5년쯤 뒤에는 한국 석좌 교수도 부임할 것으로 보인다. ‘어퍼머티브 액션’(소수 집단 우대 정책) 폐지로 미국 대학에서 학내 다양성이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도 한국은 입지를 넓히고 있다.
2018년 예일대 동아시아학연구소에 첫 한국 관련 과목 교수로 부임한 김환수 종교학 교수를 코네티컷주(州) 뉴헤이븐 캠퍼스에서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만났다.
예일대 내 한국 약진은 ‘한류’가 이끌었다. 한 학기에 한국어 강의를 듣는 학생이 180명이 넘는다. 김 교수는 “일본어보다 많다”고 전했다. 그런 관심이 한국 과목 개설로 이어졌다.
한국학 과목을 수강하려면 한국어가 기본인데, 예일대에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 있다. ‘라이트 펠로십’이라는 동아시아 연수 프로그램 덕이다. 한 해 약 150명이 한국이나 중국, 일본에 짧게는 두 달, 길게는 1년간 살며 서울대·연세대·서강대 같은 자매 대학에서 한국 문화와 역사 등을 배울 수 있도록 전액 지원한다. “다녀오면 언어도 어느 정도 익히게 되고 관심도 커져 한국을 더 알기 위해 한국 과목을 듣게 된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현재 한국의 문화적·경제적 위상은 예일대 한국학 교수 입장에서 행운이다. 그는 “이번 기회를 잘 살려 학문적 기반을 닦는 데 애쓰려 한다. 학문에 투자하면 오래 간다”고 말했다. 국제정치적으로는 한중일 3국 간 이해관계가 다르지만 학문 면에서는 서로 유기적으로 공조해야 동아시아학의 완성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게 김 교수 생각이다. “중국학·일본학 교수들이 한국학 없이는 동아시아학이 의미가 없다고 거들어 준 것도 성장에 도움이 됐다”고 그는 말했다.
지금은 한국학 교수가 김 교수까지 모두 4명이다. 그가 종교를 가르치고 문학, 역사, 대중문화는 다른 교수 3명이 담당하는 분야다. 그가 부임한 지 6년 만에 학부와 석사 과정을 소화할 수 있는 규모가 됐다. 몇 년 뒤에는 5명으로 늘 가능성이 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국내 기업 한화가 함께 기금을 조성하고 석좌 교수 자리를 만들어 4, 5년 뒤 석학 영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실현된다면 가령 인류학 전공하신 분이 오실 수도 있고, 예술 하시는 분이 오실 수도 있어요. 어떤 분이 오든 예일대 한국학을 대표하실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