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갖은 핑계를 대며 여성 대통령에게 거부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당신을 비하했던 남성(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려 하는군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州) 피츠버그를 찾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무대에 올라 이렇게 말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주저하는 흑인 남성들을 콕 집어 오바마가 직격탄을 날렸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오바마는 한 달도 남지 않은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승기를 잡아야 하는 경합주 펜실베이니아를 시작으로 해리스 지원 유세에 돌입했다.
오바마는 에두르지 않고 직설을 날렸다. 미 역사상 최초 흑인 여성 대통령에 도전하는 해리스에게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는 흑인 남성들을 향해서다. 2008년 대선 당시 자신이 흑인 유권자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등에 업고 당선된 일을 언급하며 "내가 출마했을 때 확인한 에너지와 투표율이 지역사회와 동네 곳곳에서 보이지 않는 것 같다"며 "특히 흑인 남성들 사이 해리스 지지에 미온적인 모습이 두드러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해리스는 흑인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달 초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해리스에 대한 흑인 유권자 지지율은 2020년 대선 때 조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에 비해 10%포인트 더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오바마는 "여러분을 비하한 전력이 있는 사람을 지지하는 것이 힘의 표시라고 생각하냐"며 과거 트럼프가 흑인 비하 발언으로 여러 차례 논란을 빚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오바마와 해리스 인연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샌프란시스코 검사장이던 해리스가 일리노이주에서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나선 오바마의 모금 행사를 도왔던 게 시작이다. 2008년 대선 경선 당시 해리스가 당내 유력 대권 주자로 지목된 같은 여성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아닌 오바마를 지지하면서 더 깊은 신뢰 관계를 쌓았다. 민주당에서 여전히 높은 인기를 누리는 오바마를 두고 "민주당의 가장 큰 무기"라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당에선 이번 유세가 해리스에게 천군만마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도 이날 경합주 미시간 디트로이트를 찾아 외교, 관세 정책 등과 관련한 연설을 했다. 그는 과거 자신의 재임 시절 맺어진 '아브라함 협정(2020년 9월 트럼프 주재로 이스라엘이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과 맺은 국교 정상화 협정)'을 언급했다. "내 이름이 오바마였다면 노벨상을 받았을 것"이라며 재임 중 노벨평화상을 받은 오바마를 향해 "그는 자신이 그것을 받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 몰랐다"고 주장한 것이다.
트럼프는 또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미국 수출을 겨냥해 멕시코에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며 재집권 시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 간 무역협정(USMCA) 재협상을 주도하겠다는 주장도 내놨다.
이런 가운데, 미국인 10명 중 7명(74%)은 트럼프가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퓨리서치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6일까지 미국의 성인 5,1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이번 조사에서 해리스는 48% 지지율로 트럼프(47%)를 소폭 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