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배신자로 모는 민희진-하이브… 법정 공방 2차전

입력
2024.10.11 16:55
프로큐어 조항 효력도 쟁점

세계적인 걸그룹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의 민희진 전 대표가 모회사 하이브의 해임 통보에 반발해 제기한 가처분 심문 과정에서 '신뢰 관계 파탄' 책임을 두고 양측이 또 설전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 김상훈)는 민 전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낸 의결권 행사 등 가처분 심문기일을 11일 열었다. 이날 민 전 대표는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민 전 대표 측은 "하이브가 주주 간 계약을 위반해 부당 해임했다"고 강조했다. 민 전 대표 측 법률대리인은 "선행 가처분 결정 다음 날 민 전 대표는 화해의 뜻을 전달했는데 하이브는 이를 묵살하고 선행 가처분에서 배척된 사유를 다시 주장하며 주주 간 계약 해지를 일방적으로 통지했다"고 밝혔다.

이번 갈등이 하이브의 홀대에서 비롯됐다는 주장도 반복했다. 민 전 대표 측은 하이브 내부 직원으로부터 받았다는 제보를 근거로 "빌리프랩이 걸그룹 아일릿(ILLIT)을 기획할 때부터 뉴진스의 기획안을 베꼈다고 한다"며 "하이브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빌리프랩은 하이브의 또 다른 레이블(자회사)이다.

반면 하이브 측은 민 전 대표의 경영권 탈취 시도가 사태의 시발점이라고 반박했다. 주주 간 계약은 신뢰 관계를 전제로 하는데, 뉴진스를 독립시키려던 민 전 대표의 배반 행위로 인해 신뢰 관계가 깨졌으니 계약을 해지하고 대표에서 내려오게 하는 게 마땅한 수순이라는 논리다.

프로큐어(procure) 조항을 두고도 대립했다. 이는 주주 간 계약에서 특정 주주가 이사에게 일정한 행위를 하도록 지시하는 조항이다. 민 전 대표 측은 이를 근거로 하이브가 민 전 대표를 부당하게 해임한 만큼 이사들에게 대표 재선임을 강제할 수 있다고 했다. 하이브는 그러나 이 조항에 이사를 구속하는 효력까지는 없다고 맞섰다.

변론을 청취한 재판부는 25일까지 양측의 추가 의견을 받은 후 가급적 빨리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하이브는 4월 민 전 대표 등 어도어 경영진이 경영권 탈취 시도를 한 것으로 보고 긴급 감사에 착수했다. 어도어 임시주총을 통해 민 전 대표 해임을 추진했으나, "하이브가 해임 안건에 찬성하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해달라"는 민 전 대표 측 가처분을 법원이 인용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이후 하이브는 민 전 대표와 가까운 두 명의 이사를 해임하고, 하이브 측 인사를 새 어도어 이사로 앉혀 이사회를 장악했다. 이어 하이브는 8월 민 전 대표를 전격 해임하고 하이브 출신의 인사관리 전문가인 김주영 어도어 사내이사를 후임 대표로 지명했다.

최다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