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홍명보호가 요르단전 승리로 한숨 돌렸지만 희비가 함께 뒤따랐다. '캡틴' 손흥민(토트넘)의 부재 속에 황희찬(울버햄프턴)과 엄지성(스완지시티)이 줄줄이 부상으로 이탈해 악재가 겹쳤으나, 배준호(스토크시티), 오현규(헹크), 엄지성 등 '젊은 피'가 기대 이상의 실력 발휘로 안정적인 세대교체 가능성을 확인했다. 다만 빌드업 과정과 수비 뒷공간을 허용하는 불안한 경기력은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10일 요르단 암만의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3차전 요르단과 원정경기에서 전반 이재성(마인츠)의 선제골과 후반 오현규의 추가골이 터지며 2-0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로써 B조에 속한 한국은 2승 1무(승점 7)로 조 1위에 올랐다. 이날 팔레스타인(승점 1·1무 2패)을 1-0으로 꺾은 이라크(승점 7·2승 1무)는 한국과 승점이 같지만 다득점에 뒤져 조 2위에 자리했다. 3차 예선은 3개 조(6개 팀)의 각 1, 2위가 월드컵 본선에 직행한다.
전세기를 타고 11일 입국한 대표팀은 12일 오후 성남FC 클럽하우스에서 회복 훈련하며 이라크전 대비 담금질에 나선다. 한국은 15일 경기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이라크와 4차전을 치른다.
홍명보호는 일단 한 고비를 넘겼다. 지난달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한국(23위)보다 한 수 아래인 팔레스타인(98위)과 1차전을 충격의 0-0 무승부로 끝내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오만(78위)과 2차전(3-1)은 승리했으나 여론은 싸늘했다. 경기 내용 면에서 손흥민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선수 개인 능력에 의존하며 졸전을 펼쳐서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축구협회의 홍 감독 선임 과정이 불공정했다고 확인함에 따라, 요르단전은 홍 감독에게 단두대 매치에 가까웠다.
요르단전은 득실이 확실했다. 에이스 손흥민이 없을 경우 '플랜B'의 성공 가능성과 함께 젊은 선수들의 활용법을 눈으로 확인했다. 특히 황희찬이 발목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빠져나간 뒤 2002년생 엄지성과 2003년생 배준호를 가동해 어느 정도 성공을 엿봤다. 엄지성 대신 투입된 배준호는 후반 22분 오현규의 추가골을 도우며 눈도장을 받았고, 주민규(울산 HD) 대신 후반 투입된 2001년생 오현규도 골까지 터뜨리며 실력을 증명했다. 부상자 속출로 전력 손실이 불가피했던 위기 상황이 '젊은 피'들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로 바뀐 셈이다.
특히 손흥민의 자리인 왼쪽 날개에 두터운 선수층을 확인한 게 큰 수확이다. 손흥민에게 의존했던 포지션은 엄지성과 배준호 외에 '10대 K리거' 양민혁(강원FC)도 뒷받침할 수 있다. 홍 감독이 손흥민 대신 플랜B로 거론한 이재성이나 이강인의 활용도 가능해 이라크전에서 왼쪽 공격을 책임질 선수가 누가 될지도 관심사다.
다만 전술적인 부분에선 여전히 우려가 나온다. 요르단전 전반 초반 빌드업 과정에서 상대에 공을 뺏기거나 전방으로 나가지 못해 위험한 상황을 초래했다. 수비 뒷공간을 내주며 역습을 허용하는 등 불안한 경기력은 보완해야 할 숙제다. 홍 감독은 11일 귀국한 뒤 "준비했던 것 이상으로 선수들이 잘해줬다"면서 "(젊은 선수들이) 세대교체까지 할 수 있는 연령대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향후 2, 3년 후를 볼 때 한국축구의 미래 자원으로, 대표팀에서 꾸준히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은 사우디아라비아와 3차전을 2-0으로 이기며 3승(승점 9)으로 조 1위 자리를 지켰다. 일본은 중국과 1차전(7-0), 바레인과 2차전(5-0)에 이어 이번 승리로 3경기 무려 14득점, 무실점으로 완벽한 경기를 펼치고 있다. 중국은 일본과 사우디에 이어 호주에 1-3으로 져 3전 전패로 C조 꼴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