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안 하려는 한강..."전쟁서 날마다 사람들 죽는데 무슨 잔치에 회견이냐"

입력
2024.10.11 14:10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의 전언 ]
기자회견·축하연 하라는 의견에
한강 "비극 즐기지 말고 더 냉철해지라는 상이다"
출판사들의 기자회견 요청에도 무응답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53) 작가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 등 세계의 비극을 이유로 수상 기자회견을 마다하고 있다.

한강의 아버지이자 소설가인 한승원(85) 작가는 11일 전남 장흥군의 ‘한승원 문학학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한강의 뜻을 전했다. 한 작가는 “(한강이) '전쟁이 치열해져 날마다 죽음으로 (사람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고 기자회견을 하느냐'면서 '기자회견을 안 하기로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한 작가는 노벨문학상 수상이 발표된 10일 저녁 딸과 통화하며 “출판사 한 곳을 택해 함께 기자회견을 하라”고 조언했고, 한강은 “그렇게 해보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밤사이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한 작가는 “한국 안에 사는 작가로서의 감각이 아니라 전세계적인 (작가의) 감각으로 바뀌어 있더라”며 “나만 한국에 사는 수상자의 아버지로서의 감각을 뿌리치지 못하고 이 기자회견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강은 아버지가 한승원 문학학교에서 열려던 수상 축하연도 말렸다. 한 작가는 “여기 이자리에서 잔치를 벌여서 동네 사람들한테 한 턱 내려고 그랬는데 (딸이) 그것도 하지 말라고 그런다”며 “'제발 그 비극적인 일들(두 개의 전쟁)을 보고 즐기지 말라'고 그러고 '스웨덴 한림원에서 상을 준 것은 즐기라는 게 아니라 더 냉철해지라고 한 것'이라고 그래서 내가 고민이 심해졌다”고 말했다.

한강은 10일 노벨문학상 측의 전화통화에서 수상 소식을 통보받은 후 “매우 놀랐고 영광스럽다”는 소감을 밝혔지만 더 이상의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그의 대표 소설인 ‘소년이 온다’(2014)와 ‘채식주의자’(2007) 등을 펴낸 창비와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2013) 소설 ‘바람이 분다, 가라’(2010) 등을 울판한 문학과지성사 등 여러 출판사가 그에게 기자회견을 제안했으나 11일 오후까지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남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