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원자력수소 산단, 에너지 안보 위해 반드시 조성해야"

입력
2024.10.16 04:30
12면
손병복 경북 울진군수 인터뷰
원전 최다 보유 이점 살려 산단 추진
원전 잉여 전력으로 청정 수소 생산
발 빠른 기업 유치로 예타 면제받아
기간 대폭 단축·17조 경제 효과 예상

편집자주

우리의 미래 지방에 답이 있다

경북 울진군은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원전 26기 중 8기가 있는 원전 최다 보유 기초자치단체이다. 지난 9월 착공한 신한울 3·4호기가 각각 2032년과 2033년에 준공되면 총 10기의 원전을 보유하게 된다. 울진군은 발전소 잉여 전력을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국가산업단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2030년 12월 말까지 원자력발전소 바로 옆 울진군 죽변면 후정리 일대 152만㎡ 땅에 국가산단을 조성한 뒤 원자력의 남는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일보가 ‘2024 미지답 수소경제포럼' ’에 앞서 손병복(67) 울진군수를 만나 원자력수소 국가산단의 추진상황과 청사진을 들어봤다.

_국가산단 업종을 원자력수소로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세계 각국이 화석연료 대신 태양광, 풍력, 수소 등 대체 에너지원을 찾는 데 몰두하고 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는 대부분 발전량이 일정치 않고 운송과 저장이 어렵다. 수소는 다르다. 석유나 석탄처럼 보관할 수 있고 필요로 하는 곳에 보내거나 받을 수 있다. 수소는 물을 전기분해하면 얻을 수 있다. 국내에 원자력발전소가 가장 많은 울진에는 남는 전력도 많다. 미송전 전력이라 불리는 잉여 전기를 이용하면 수소 생산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 원자력 전기는 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청정 수소다.”

_잉여 전력이 얼마나 되고 생산 가능한 청정 수소는 얼마나 되나.

“신한울 3·4호기가 완공되는 2033년쯤에는 최대 2기가와트(GW)까지 확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정도면 연간 30만 톤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정부가 2030년 목표로 하고 있는 국내 청정수소 생산량의 3분의 1에 달한다. 동해안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점차 늘고 있어 원전 잉여 전력이 상시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청정 수소 생산량은 더 늘어날 것이다.”

_산단 조성에 따른 경제 파급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원자력수소 국가산단 규모는 약 152만㎡이고, 입주기업의 직접 투자 액수는 4조2,000억 원으로 예상된다. 생산 유발 효과 9조2,000억 원, 부가가치 유발 3조5,000억 원을 합치면 17조 원의 직·간접 경제효과가 발생한다. 일자리 창출 규모도 매우 클 것이다. 울진에는 원전 8기가 있지만 자동화로 규모에 비해 인력 투입이 많지 않다. 하지만 원자력수소 국가산단은 산단 내 부품이나 장비업체도 함께 들어오기에 정비 및 조립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3만8,000명 이상의 고용유발효과를 예상한다.”

_국가적으로는 어떤 효과가 있나.

“우리나라는 청정 수소 전량을 거의 수입해야 한다. 2030년 무렵에는 수입 비중이 80%에 근접한다고 한다. 특정 에너지원을 해외에 의존하는 일은 위험하다. 지난해 11월 충남 당진 현대제철의 수소 생산 설비가 고장 나 수급 대란이 나지 않았나. 국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울진 원자력수소산단은 반드시 만들어져야 한다.”

_원자력수소 국가산단 조성은 어느 단계인가.

“지난해 3월 정부 신규 국가산단 후보지가 됐고 시행자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경북도개발공사가 선정됐다. 올 3월 롯데케미칼㈜, GS에너지㈜, 효성중공업㈜, GS건설㈜, 삼성이앤에이㈜, 비에치아이㈜와 입주협약을 체결했다. 6월에는 15개 국가산단 후보지 가운데 지방권에서는 최초로 예타 면제가 확정됐다. LH가 산단계획 수립 용역에 착수했다.”

_예타 면제로 산단 조성 속도는 얼마나 빨라지는 건가.

“통상 후보지로 결정된 후 예타 검토가 있고 이를 통과해야 산업단지 계획수립 용역을 추진할 수 있다. 예타 검토에만 3, 4년씩 걸리기도 한다. 울진 원자력수소 산단은 예타 면제가 확정돼 4년가량 단축됐다고 볼 수 있다.”

_산단 조성에 어려운 점들은.

“가장 큰 숙제는 원전 전력을 바로 산단에 공급하는 일이다. 외부 송전선로를 거쳐 전기를 공급받아 수소를 생산하면 석탄 화력발전소와 같은 탄소 발생 전력과 섞여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없고 청정 수소로 인정받을 수 없다. 원자력수소 산단의 이점이 사라지는 것이다. 수원 확보도 시급하다. 연간 30만 톤의 청정 수소를 얻으려면 하루 4만 톤의 용수가 필요하다. 하지만 울진에는 광역상수원이 없어 대체수원으로 해수담수화를 고려하고 있다.”

_원전 전력을 사용하기 위해선 한국수력원자력㈜과 협의가 필요하지 않나.

“한수원은 내부직에 수소융복합처를 운영할 정도로 관심이 많다. 한 달 전 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함께 체코수소협회와 원자력 청정수소 사업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울진군은 원전 전기가 원자력수소산단으로 바로 공급될 수 있도록 한수원은 물론 경북도, 한국전력과 협의 중이다.”

_원자력수소 산단 조성까지 남은 절차는.

“LH의 산단계획 수립 용역이 내년 4월 말 끝나면 정부에 산단계획 승인을 신청할 것이다. 산단계획 승인과 고시는 2026년 4월로 예상된다. 같은 해 7월 보상과 함께 국가산단 조성공사에 착공해 2030년 12월 말 준공할 예정이다. 수소 운송 방안도 찾고 있다. 경북도와 함께 원자력수소를 대구와 경북 전역에 보내는 1,000㎞의 수소배관망 고속도로를 추진한다.”


울진= 김정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