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DJ 딘딘 "즉석 섭외 응해준 신동엽 형, 너무 감동"

입력
2024.10.11 12:46
딘딘, 지난해 시상식서 신동엽에 즉석 러브콜
라디오 게스트 출연 약속 지킨 신동엽
슬리피·빅원·벌구 등 고정 게스트들에게도 특별한 고마움 전한 딘딘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을 몸소 증명하고 있는 이가 있다. 바로 가수 겸 방송인 딘딘이다. 지난 2013년 '쇼미더머니2'로 데뷔한 그는 어느덧 11년 차 연예인이 됐다. 당시 임철이라는 본명으로 출연해 "현재 무직이다. 엄카(엄마 카드)를 쓴다"고 당당히 말하며 '힙합 된장남'이란 별명을 얻은 딘딘. 한때 철없고 통통 튀는 매력으로 주목받은 그이지만, 방송가에서 멀티플레이어로 활약하며 꾸준히 성장해왔다.

이제는 '믿보예'(믿고 보는 예능인)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될 만큼 딘딘의 존재감은 대단하다. 예능을 넘어 다양한 도전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선보인 '사인의 추억' MC를 맡았던 그는 시사 교양 프로그램까지 섭렵하며 진가를 입증했다. 많은 네티즌들이 그의 진행력과 '반전 매력'에 호평을 쏟아냈다.

데뷔 10주년이던 딘딘의 지난해는 특별했다. 2023 SBS 연예대상 라디오 DJ상(딘딘의 뮤직하이) 트로피를 품에 안았고, 2023 KBS 연예대상 대상(1박 2일 시즌4), 2023 KBS 연예대상 올해의 예능인상(1박 2일 시즌4), 2023년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 베스트 초이스를 수상했다. 딘딘은 라디오 DJ상을 받은 당시 "진짜 (이 상을) 받고 싶었다"며 "세상이 참 각박하고 살기 힘들다 느낄 때 밤 11시에 라디오 생방 부스에 앉으면 안도감이 온다. 하루가 끝나고 힐링이 되는 시간"이라면서 '뮤직하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가요계와 예능계를 분주히 오가던 딘딘에게 라디오는 또다른 만족감을 선사했다. 센스 있는 입담과 게스트들과의 친화력으로 청취자들에 즐거움을 줬고 어느덧 4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SBS 파워FM '딘딘의 뮤직하이' DJ 딘딘을 직접 만나 4주년 소감과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연말 시상식에서 신동엽에 즉석 러브콜을 보낸 게 인상적이었다.

"신동엽 형이 일년에 술을 안 드시는 날이 며칠 없다. 예의상 '반주는 한잔 하고 오셔도 된다'라고 했다. 그런데 형이 '너 생방 가는데 어떻게 술 먹고 가냐' 하더라. 너무 감동이었다. 가끔 형이 출연하는 방송에 게스트로 가도 회식을 하면 꼭 연락이 온다. 다들 가고 마지막에 둘이 늘 같이 있다. 그런 것들이 너무 좋았고 형과 같이 한다는 자체가 좋았다. 그래서 시상식 때 라디오 섭외를 한 거다. 수상소감으로 '모시고 싶다' 했는데, 사실 동엽 형이나 재석 형이 라디오에 안 나오는 이유가 한번 나가면 다른 데도 가야 하니까 못 오는 거로 안다. 그런데 거기서 '나갈게' 하고 바로 나와줬다. 너무 감사했다. 나를 아껴주시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뮤직하이'가 4주년을 맞았는데 제일 고마웠거나 기억에 남는 게스트가 있나.

"모든 게스트들이 고맙다. 방송을 오래 해본 사람으로서 게스트들에게 제일 고맙고 미안하다. 본인이 시간을 써서 오는 거다. 엄청난 돈이나 이슈가 생기는 것도 아니지 않나. 특히 고정 게스트는 매주 와야 한다. 빅원이랑 슬리피, 벌구 셋은 시작부터 지금까지 고정 게스트를 해주고 있다. 그게 참 고맙다. 이경규 백종원 신동엽 김종국 등 선배님들도 엄청 나와주셨다. 다들 감사하지만 고정 게스트들에 특히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방송을 보면 친화력이 좋아보이던데 딘딘만의 인간관계 비결이 있나.

"어릴 때부터 사람을 좋아했다. 내가 이 사람이 좋다고 느껴지면 최선을 다해서 잘하는 거 같다. 내가 기분 나쁘고 싫은 거만큼 피해를 주는 것도 너무 싫어하는 성격이라 상대가 기분 나쁜 건 안 하고 싶다. 서로 그렇게 하면 (관계가) 안 좋아질 수 없다. 사람과의 인연을 무겁고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더라. 어릴 때는 한번 만나면 '형' 이랬는데 이제는 진짜 사람 만나는 거에 신중해졌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 만나는 것도 힘들다 보니 인연을 소중히 여기려고 한다. 새로운 사람 만나봐야 무슨 의미가 있나. 오랜 인연을 지키려고 한다."

-'1박2일'도 특별한 의미를 가질 것 같은데.

"많은 프로그램을 해봤지만 이런 감정이 드는 게 처음이다. 너무 사랑한다는 게 아니라 너무 밉고 너무 좋다. 눈물도 나고 가끔 너무 열받아서 때려치고 싶을 때도 있다. 몸이 너무 힘들다. 그런데 또 보고 싶다. 모든 감정을 느낀다. 희로애락이란 게 이런 건가 싶다. 종민이 형이 17년 했다. 이걸 거쳐간 모든 사람의 추억과 애착이 담긴 프로그램이다. '1박2일'을 하고 나서 어르신들이 좋아해 주는 게 어딜 가도 느껴진다. 그건 정말 신기하다. 시장에 가도 어머님들이 반가워해주니까 '국민프로'라고 하는 이유가 있구나 싶다."

-'미운 우리 새끼'를 통해 어머니도 활약을 했는데.

"어머니가 '미우새' 출연을 정말 좋아했다. 노년의 즐거움, 일이 생기는 거다. 나는 처음에 '굳이 해야 하나' 했는데 엄마가 행복해하는 게 보이니까 잘했다고 생각되더라. (어머니 인상이 좋다는 기자의 말에) 엄마는 늘 어릴 때부터 본인 이미지 구축을 잘했다. 실제로 그렇게 살려고 노력도 하시고 좋은 면을 보여주려고 노력하신다. 하하."

-딘딘은 일을 즐기면서 하는 느낌이 드는데, 힘든 건 없나.

"사생활에 불편함은 따른다. 대신 우리는 아예 모르는 사람들한테 사랑을 받지 않나. 그 사람들과 나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데 나를 좋아해 주는 것 아닌가. 그런 사람들이 있는데 불편한 거 싫다고 하고 이거저거 다 원하면 안 되는 거 같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 감당할 수 있으면 하는 거지. 실제로 그렇게까지 제약은 없는 편이다. 동네 포차에 가서 술도 먹고 사장님과도 친하다."

-지금까지 많은 프로그램을 했는데 기억에 남는 방송은 어떤 게 있나.

"예전에 '두니아'라고 있었다. 유노윤호랑 같이 출연한 건데 인생 예능이다. 제일 재밌었다. 가상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드라마인데, 언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이다. 문자 투표를 받아서 실시간으로 '살리네 죽이네' 하고, 해외에서도 찍고 그랬다. 완전히 빠져버렸다. 우리가 (시대 흐름에 비해) 너무 빨랐다고 생각한다. '좀비버스' 나오고나서 '두니아'가 다시 회자되더라. 난 '두니아'만큼 웃긴 게 없다고 생각한다. '좀비버스'는 병맛은 좀 떨어지는데 몰입도가 확 올라갔다. 시즌2 촬영할 때 보니 스케일이 너무 커서 그림 보는 맛이 있겠더라."

-평소엔 '그것이 알고 싶다'를 자주 본다고 들었다.

"예능을 절대 안 본다. 내가 하는 일이니까 (출연자들이) 무슨 생각으로 하는지가 보인다. 저 멘트를 왜 하는지가 보이고 자괴감이랄까 대리 수치심 같은 게 느껴질 때가 있다. 운동선수가 경기를 볼 때 실수한 게 보이는 것처럼 (예능에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는 거로도 에너지가 쓰이더라. 평소엔 오히려 시사나 사건물을 많이 본다. 제일 좋아하는 게 '그알'이다. 거의 다큐멘터리밖에 안 본다. 내가 나온 예능은 모니터는 한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나.

"그땐 모르고 지나왔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예전으로는 안 돌아갈 거 같다. 힘들게 열심히 살아온 게 있어서 다시 해낼 자신이 없다. 얼마 전 라디오에 '벼랑 끝에 놓인 기분으로 작업했다'는 사연이 왔다. 사실 난 벼랑 끝에 서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열심히 안 했냐고 묻는다면 그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고 말할 수 있다. 난 늘 최선을 다해서 했다. 그래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도 힘들고 전에도 힘들었지만 견딜 만큼의 힘듦이다."

-삶의 신조가 궁금하다.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멋진 말을 하길래 '나도 있어야겠다' 했는데 오히려 그런 걸 생각하고 살면 유연해지지 못하는 것 같다. 한번 흘러간 인연은 되돌아보는 게 아니란 생각은 한다. 유연하게 사는 게 좋은 거 같다. 아무리 유연하다 한들 바보처럼 살 거 같진 않으니까 유연하되 자신의 생각을 지키면서 사는 게 좋은 거 같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방송을 하고 뭘 하더라도 음악은 나의 메인이다. 이걸 빼고는 나를 이야기할 수가 없다. 사람들은 '무슨 네가'라고 할 수 있지만 나에게만큼은 그렇다. 계속 음악을 하고 있고 내 음악을 좋아해 주는 분들도 계시고 늘어가는 게 보이니까 음악이 나의 중심이다. 그리고 라디오를 더 많은 분들이 들어주시면 좋겠다. 운전할 때나 언제 한번 들어보면 삶의 큰 변화가 있을 수 있다. 누군가 이 기사를 보고 나서 들어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 사람들이랑 얘기할 곳이나 시간이 점점 줄어들지 않나. 라디오는 들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꼭 한번 들어보시길 권한다."




유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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