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독자들은 한강의 소설을 얼마나 읽고 있을까. 한국문학번역원과 대산문화재단은 11일 기준 한강의 작품이 총 28개 언어로 번역됐다고 밝혔다. 책의 종 수로는 82권이다.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강의 문학은 더 많은 나라와 독자들을 향해 뻗어나갈 예정이다.
한강의 작품은 2010년 ‘채식주의자’가 베트남어로 번역된 것을 시작으로 세계인이 읽기 시작했다. 2016년 영국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으로 그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 ‘채식주의자’는 스페인·중국·포르투갈·폴란드 등 19개국의 독자들이 읽고 있다. 다음으로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와 제주 4·3 이야기인 ‘작별하지 않는다’가 주목을 받았다. 맨부커상을 비롯해 이탈리아 밀라파르테상, 스페인 산클레멘테 문학상, 프랑스 메디치상과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 등 노벨문학상에 앞선 그의 화려한 이력은 이런 번역본에서부터 출발했다.
한강의 작품이 가장 많이 번역된 지역은 프랑스다. 프랑스에는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소년이 온다’ ‘희랍어 시간’ ‘흰’ ‘작별하지 않는다’뿐 아니라 그의 단편소설이 실린 ‘한국 여성문학 단편선’도 나와 있다. ‘작별하지 않는다’의 프랑스 출판사 그라세의 조하킴 슈네프는 한강의 수상 소식에 “언젠가 그가 노벨문학상을 받으리라 확신했지만, 오늘일 줄은 몰랐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라세는 한강의 노벨상 소식을 알리는 띠지를 두른 책을 추가 인쇄할 예정이다.
일본의 ‘한강 사랑’도 만만치 않다. 일본은 소설뿐 아니라 한강이 낸 유일한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역시 번역해 둔 상태다. 한강의 작품 대부분을 일본어로 옮긴 번역가 마리코 사이토는 한국일보에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계속 걸려 오는 전화에 한강 작가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출간이 예정된 작품들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프랑스에서는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가 최미경·장 노엘 주테의 번역으로 내년 3월 나올 예정이다. 독일과 스페인에서도 내년 ‘작별하지 않는다’를 번역해 내놓는다.
노벨문학상 홈페이지에서는 한강의 수상을 기념해 그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있느냐는 설문을 진행하고 있다. 약 1만 명이 참여한 결과 아직 읽지 않았다는 답변이 60%에 달했다. 그러나 한강과 그의 작품에 대한 궁금증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다. 한국뿐 아니라 해외의 서점가가 ‘한강의 시대’를 맞을 시기가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