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정직", "넌 이길 자격 돼" 에드워드 리, 후일담도 '훈훈'

입력
2024.10.11 13:00
'흑백요리사' 촬영 뒷얘기 전해
"요리 맛 등 가짜 연출 없었다"
"거만했다...사과" 우승자 권성준엔
"승리 자격 있어, 자신감 잃지 말라"

넷플릭스의 요리경연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의 최종 승자가 공개된 가운데, 준우승에 머문 한국계 미국인 요리사 에드워드 리가 최근 공개한 방송 뒷이야기와 우승자 '나폴리맛피아(본명 권성준)'에게 건넨 격려가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미국 켄터키주에서 미국 남부 요리에 한식을 접목한 식당을 운영 중인 에드워드 리는 2010년 미국 요리 경연 프로그램 '아이언 셰프'에 출연해 우승했고 지난해 백악관 국빈 만찬 준비를 위한 셰프로 초청돼 이름을 알렸다.

에드워드 리는 유튜브 팟캐스트 '데이브 장 쇼(The Dave Chang Show)' 채널이 8일 공개한 방송에 출연해 '흑백요리사' 촬영 뒷이야기를 전했다. 진행자가 녹화 기간 중 요리 수준과 맛 등에 대해 가짜 연출 한 것은 없냐고 묻자 "조작은 없었다. 한국인들은 굉장히 정직했다"고 답했다. 그는 "촬영 기간 중엔 (선공개 방지를 위해) 휴대폰 카메라 렌즈에 스티커를 붙여야 했는데, 이걸 떼고 사진 찍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모두 규칙을 준수하는 분위기였다"고 밝혔다.

에드워드 리는 처음 출연 제의가 왔을 땐 "젊은 요리사들이 나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면서 참가할 마음이 없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느 순간 내가 미국인인지 한국인인지, 내가 누군지 등 (한국에서 요리하며) 나의 정체성을 찾아보고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간 에드워드 리는 한국인 부모와 함께 인생 대부분을 미국에서 보냈다. "비빔 인간"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한식을 재해석 했고, 한국계 미국인으로 살아온 자신의 인생을 요리라는 '작품'에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떡볶이를 재해석한 디저트와 막걸리 등을 소재로 한 칵테일을 내놓은 결승전에서는 자신의 한국 이름이 '이균'이라 밝히며, "에드워드는 위스키를 마시지만 이균은 막걸리를 마신다"고 말하기도 했다.


후배 감싸는 모습에 "존경한다" 찬사

요리 경력만 30년으로 알려진 에드워드 리가 후배 요리사인 우승자 권성준씨에게 보낸 겸양의 표현과 찬사 또한 많은 이의 이목을 끌었다. 권씨는 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경연 당시 "(에드워드 리 님을)'잘근잘근 밟아드리겠다'고 한 것은 마지막 요리인 만큼 끝까지 포기 않고 힘을 내자는 뜻이었는데, 의도와 달리 너무 거만하고 경솔했다. 사과드린다"고 머리를 조아렸다. "마지막 대결에서 위축되지 않기 위해 허세를 부렸다. 방송을 통해 건방지고 부족한 모습을 많아 봤고 반성했다"고 고백했다.

이에 에드워드 리는 같은 날 권씨의 사과글에 "사과는 필요없다"며 "우리 모두 승리하기 위해 경쟁했다. 당신은 승리할 자격이 있다"고 화답했다. 이어 "절대 자신감을 잃지 말라"는 조언과 함께 권씨의 승리를 축하했다. 에드워드 리의 답글에 누리꾼들은 "존경합니다", "내가 아는 가장 훌륭한 요리사"라는 등 칭찬을 쏟아냈다. 흑백요리사에서 보여 준 겸손하고 솔직한 태도와 상상을 뛰어 넘는 창의적 요리에 "내 마음 속의 우승자는 에드워드 리"라는 댓글도 많다.

한편 지난 8일 공개된 '흑백요리사' 최종화에는 재야의 요리고수인 '흑수저'에 속한 권씨가 스타 요리사인 '백수저' 에드워드 리를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꺾고 우승해 상금 3억 원을 차지하는 장면이 담겼다. 흑백요리사는 2주 연속 넷플릭스 글로벌 톱TV(비영어) 부문 1위를 기록하는 등 호평 속에 막을 내렸다.

윤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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