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주둔' 유엔군 기지 때린 이스라엘… 국제사회 "명백한 국제법 위반" 규탄

입력
2024.10.11 08:16
이, 레바논 남부 나쿠라 UNFIL에 발포
인도네시아 국적 추정 유엔군 2명 부상
이 "보호구역 대피 권고했다" 책임 전가

이스라엘이 레바논 접경 지역에 주둔한 유엔 평화유지군(UNFIL) 기지를 공격했다. 지역 평화 유지를 위해 1978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주둔 시킨 UNFIL를 타격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친(親) 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 교전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라고 항변했지만, 국제사회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하게 규탄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이스라엘군 탱크가 레바논 남부 국경도시 나쿠라에 있는 UNFIL 기지로 포를 발사했다. UNFIL은 전차포가 기지 전망대에 명중해 군인 2명이 다치고 지역 감시 기능이 일부 마비됐다고 밝혔다. 부상당한 군인은 인도네시아 국적이라고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은 전했다.

UNFIL은 즉각 이스라엘을 비난했다. UNFIL은 "이스라엘군이 기지 주변을 사격해 차량과 통신시스템도 손상됐다"며 "감시카메라를 고의로 쏴 작동 불능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UNFIL에 대한 공격은 전차포만이 아니었으며, 이스라엘이 의도적으로 UNFIL 감시 기능을 무력화시키려고 했다는 의미다.

다만 이스라엘은 UNFIL에 책임을 떠넘겼다. 전차포를 발사하기 전 '보호구역에 머물라'고 권고했으나 UNFIL이 듣지 않았다고 이스라엘군은 밝혔다. 대니 다논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도 성명을 통해 "헤즈볼라의 공격으로 교전이 격화되면서 블루라인(유엔이 설정한 이스라엘·레바논 경계선) 주변 상황이 불안정하다"며 "UNFIL이 위험을 피해 북쪽으로 5㎞ 이동할 것을 권고한다"고 강조했다.

"UNFIL 보호는 모든 당사자 의무"

그러나 국제사회는 이 같은 이스라엘 측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안보리 결의에 따라 지역 평화 유지 업무를 맡은 UNFIL에 철수를 지시할 권한이 이스라엘에 없기 때문이다. UNFIL은 이스라엘의 1977년 레바논 침공 및 1978년 철수를 계기로 이 지역에 주둔하기 시작했으며, 그 뒤 양측이 수 차례 충돌하는 과정에서도 꿋꿋이 자리를 지켰다. 최근 헤즈볼라와 분쟁 과정에서도 UNFIL은 이미 '북부로 대피하라'는 이스라엘 권고를 거절했다.

스페인 외무부는 "국제법의 중대한 위반"이라며 "스페인 정부는 이스라엘의 UNFIL 타격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외무부도 "UNFIL을 보호하는 건 모든 분쟁 당사자의 의무"라며 "이스라엘 당국의 설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이도 크로세토 이탈리아 국방장관은 "이번 발포에 대해 이스라엘 국방장관에게 항의했다"고 말했다.

김현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