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놀란 '한강의 기적'...한국인·아시아 여성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

입력
2024.10.10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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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여성 작가 처음… 여성 18번째
2016년 한국인 첫 부커상 이은 쾌거
"역사적 순간에 아들과 저녁식사를"

소설가 한강(53)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유력 수상 후보로 거론되지 않던 한강의 깜짝 수상에 한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 문학계가 들썩였다. 그는 아시아 여성 작가의 노벨문학상 최초 수상이라는 기록도 썼다.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은 두 번째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2000년 노벨평화상 수상 이후 24년 만이다. 2016년 장편소설 '채식주의자'(2007)로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상을 받은 한강은 세계 최고 권위 문학상인 노벨문학상까지 타면서 세계적 작가 반열에 올랐다. 펄 벅, 헤르만 헤세, 어니스트 헤밍웨이, 알베르 카뮈, 장 폴 사르트르, 파블로 네루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오에 겐자부로, 오르한 파묵 등이 이 상을 탔다.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강렬한 시적 산문"

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시간)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강을 발표하면서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을 써왔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어 "한강은 자기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지배에 정면으로 맞서며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며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간의 연결에 대해 독특한 인식을 지니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고 덧붙였다.

한강은 노벨문학상 측과의 전화 통화에서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아들과 서울 집에서 저녁을 막 먹고 있었다"면서 "매우 놀랐고 영광스럽다. 영광이고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책만 좀 읽고 산책을 한 편안한 날이었다"며 "아들과 나는 모두 그저 놀랐다"고 했다.

한국인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점에 대해 한강은 "나는 책과 함께, 한국 문학 속에서 성장했다"면서 "한국의 문학 독자들과 동료 소설가들에게 좋은 소식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감을 준 작가에 대해서는 "한 사람만 꼽는 것이 어렵다"고 답했다. 자신에 대해 처음 알게 된 독자에게 추천하는 자신의 책으로는 제주 4·3 사건을 다룬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2021)와 '채식주의자'를 꼽았다. 그는 '노벨상 수상을 어떻게 축하하겠느냐'는 질문에 "통화를 마치고 아들과 차를 한잔하고 싶다. 술을 못 마신다"고 웃으며 답했다.

1970년 11월 광주에서 태어난 한강은 1993년 시인으로, 1994년 소설가로 등단했다. 그를 세계에 알린 작품은 '채식주의자'(2007)다. 이 소설로 노벨문학상,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불리는 부커상을 한국 작가 최초로 받았다. 그는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2014)도 써냈다.



유력 후보 제치고 '깜짝 수상'…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

1901년부터 올해까지 노벨문학상을 받은 총 121명 중 한강은 여성 작가로는 18번째 수상자가 됐다. 아시아 국가 국적의 작가가 수상한 것은 2012년 중국 남성 작가 모옌 이후 12년 만이다.

한강은 노벨상 수상자로서 상금 1,100만 크로나(약 13억4,000만 원)와 메달, 증서를 받는다.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오는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한편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차 라오스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한민국 문학사상 위대한 업적이자 온 국민이 기뻐할 국가적 경사"라며 "한국 문학의 가치를 높이신 작가님께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권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