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가 영상 촬영 강요" 인질 증언 속... 라파 국경, 9개월 만에 '개방'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1차 휴전 중 석방된 인질들이 "하마스가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했다"며 구체적인 폭로를 하고 나섰다. 다만 이집트와 맞닿은 가자지구 국경이 폐쇄 9개월 만인 1일(현지시간) 개방돼 환자 37명이 이송되는 등 '6주간 1차 휴전'은 큰 차질 없이 진행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1일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칸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날 오전 인질 3명을 적십자를 통해 이스라엘군에 인계했다. 풀려난 인질은 야르덴 비바스(35), 프랑스계 이스라엘인 오페르 칼데론(54), 미국계 이스라엘인 키스 시걸(65)이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을 당시 니르 오즈·크파르 아자 키부츠(집단 농장)에서 납치된 인물들이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송환과 함께 이뤄진 이번 인질 석방은 지난달 19일 양측의 휴전 발효 이후 네 번째다. 인질들은 484일간 가자지구에서 겪은 참혹한 생활을 상세히 증언했다. 가자 남부 칸유니스에 잡혀 있던 비바스는 지하 터널과 주거지 이곳저곳을 옮겨 다녀야 했는데, 때로는 철창 안에 갇힌 채 폭력을 당했다고 한다. 특히 하마스로부터 영상 촬영을 강요받았을 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2023년 11월 공개된 영상에서 비바스는 "나와 내 가족을 이스라엘로 데려가 묻어 달라"고 요구했다. 비바스는 아내 쉬리와 어린 아들(4세 아리엘·10개월 크피르)과 함께 납치됐는데, 하마스는 비바스를 제외한 가족이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사망했다고 주장해 왔다. 가자 북부 가자시티에 붙잡혀 있던 시걸은 "늘 식량이 부족했고 생존을 위해 원치 않는 음식을 먹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날 이집트와 가자지구를 잇는 라파 국경검문소의 개방으로 아동 환자 34명 등 총 37명이 이집트로 이송되기도 했다. 라파 검문소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을 거치지 않고 외부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데, 지난해 5월 이스라엘에 의해 완전히 폐쇄됐다. 당초 이날 아동 환자 50명이 이집트로 향할 예정이었으나 사망, 중태, 연락 두절 등 이유로 일부는 제외됐다. 그러나 "최소 2,500명의 아동이 즉각적 치료를 요하고 있다"(유엔 추산)는 점을 고려할 때, 이송 환자 수는 턱없이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영국 가디언 등은 국경 개방 자체가 향후 휴전 협상이 긍정적으로 흐를 것이라는 신호에 해당한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2차 휴전 협상'은 1차 휴전 16일째인 3일 시작된다. 네타냐후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4일) 하루 전이다. 두 정상의 만남은 지난달 20일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2기 첫 정상회담인데, 네타냐후 총리는 2일 미국 워싱턴행 항공기 탑승에 앞서 이 점을 부각하며 "이스라엘·미국 동맹의 힘, 우리의 개인적 우정의 힘을 증거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