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학살 희생자 사진첩이 한강의 인생을 바꿨다...그의 문학이 주목 받는 이유

입력
2024.10.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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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학계는 왜 한강을 높이 평가하나
우찬제 서강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인터뷰

최근 한강(53)의 작품은 '소년이 온다(2014)'와 '작별하지 않는다(2021)'처럼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다루었다. 두 소설은 모두 각각 5·18 광주 민주화운동과 제주 4·3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이 사건을 소재로 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은 많았는데, 유독 한강의 작품이 세계 문학계에서 높게 평가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학평론가인 우찬제 서강대 국문과 교수는 10일 "과거 역사를 소재로 한 한국 문학은 고통스러웠던 상처를 이야기하는 데 집중했다면, 한강은 역사적 트라우마를 다루되 그 속에서 개인이란 얼마나 부서지고 상처받기 쉬운 작은 존재인가에 렌즈를 갖다 대다 보니 독자들의 공감 폭이 넓어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1970년 광주 태생인 한강은 서울로 이사한 뒤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이 보여준 사진첩 하나가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았다고 2016년 2월 한 문학 행사에서 밝힌 적이 있다. 광주민주화 운동에서 학살된 시민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첩이었다. 당시의 충격과 경험이 그로 하여금 현대사의 상처를 끈질기게 마주하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한없이 잦아드는 목소리로 상처를 이야기한다"


우 교수는 "황석영 등의 작가들을 통해 한국에 6·25 전쟁, 남북 분단, 군부의 민주화운동 탄압 등 역사적 상처가 있다는 것은 외국 독자들도 많이 알게 됐다"며 "한강은 21세기의 젊은 독자들이 이를 수용할 수 있도록 시적인 문체와 감각적인 솜씨로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작가들이 문학보다는 '역사'에 더 무게를 실었다면, 이제는 역사의 상처를 다루는 한강의 문학성에 주목했다는 것이다. 한강의 소설 속 등장인물이 "역사적 트라우마를 다루되, 큰 목소리로 분노하거나 화를 내는 게 아니라 한없이 잦아드는 목소리로 그들의 상처를 이야기한다"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송옥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