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작가, 한강!(South Korean Author, Han Kang!)”
10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에서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국의 작가 한강(53)을 호명하는 순간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술렁였다. 한강은 2016년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에 이어 지난해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 올해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을 받으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는 거론되지 않았던 그의 깜짝 수상이었다.
한림원은 한강의 수상을 발표하면서 유독 ‘역사적 트라우마’라는 단어를 반복해 말했다. 1970년 광주에서 태어난 한강은 소설 쓰기로 국가 폭력과 역사의 상흔을 조명했다. 2014년 발표한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는 광주 5·18 민주화운동을, 2021년에 낸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4·3 사건을 다루었다.
한 강연에서 어린 시절 광주 민주화운동 자료를 본 경험을 이야기하며 한강은 “인간은 어떤 존재이기에 이런 폭력을 저지르는 동시에 위협을 무릅쓰고 헌혈을 할까”라고 물었다. 그의 문학은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한림원은 “한강은 자신의 작품에서 역사의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에 맞선다”고 했다.
한강은 이러한 “큰 이야기 속에서 속절없이 상처받은 개인”(우찬제 문학평론가)을 그리는 데 탁월하다. 그를 세계에 각인시킨 첫 작품은 개인적인 폭력의 트라우마로 육식을 거부하는 여성을 그린 장편소설 ‘채식주의자’(2007)였다. 작가와 번역가 모두에게 상을 주는 부커상 수상작인 이 작품의 성공과 이후 한강의 세계적 명성은 영국인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수상 이후 여러 차례 오역 시비에 시달렸지만, 한강은 그의 번역을 “내 고유의 톤을 포착하고 있다”고 평했다.
한강의 시작은 시인이었다. 소설가 한승원의 딸인 그는 1993년 ‘문학과사회’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소설 ‘붉은 닻’이 당선돼 소설가로도 등단한 한강은 30년간 성실하게 소설을 써냈다. 2015년에는 첫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발표하는 등 시 또한 쓰고 냈다. 한림원이 한강의 작품을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평가한 배경이다.
노벨문학상은 2012년 이후로 남성과 여성 작가에게 번갈아 수여해왔다. 총 수상자 121명 가운데 여성은 18명에 그치고 유럽과 북미권 이외 국적자가 적다는 비판에 문화적 다양성을 늘리려는 움직임이었다. 이런 흐름에 따라 올해 수상자는 ‘아시아 여성 작가’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면서 중국의 여성 작가 찬쉐(71)를 언급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한강은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 평균 연령이 60대 후반이었다는 점에서도 수상 가능성이 크지 않았다. 매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예측하는 해외 베팅사이트에서도 그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강동호 문학평론가는 “한강을 세상에 알린 ‘채식주의자’ 이후로 깊이 있는 예술성에서 사회적 차원으로 확장되는” 한강 문학의 끊임없는 성장으로 오늘의 성과를 일궈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역사를 사실주의적 관점으로 복원하는 게 아니라 특유의 예술적·문학적 자의식과 시적인 실험성을 바탕으로 문학만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기억하고 복원해 왔다”고 했다. 이처럼 과거를 치열하고도 고통스럽게 기억하는 한강의 문학은 지치지 않고 나아가고 있다. “투명한 벼랑의 가장자리에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간다”며 “특별히 우리가 용감해서가 아니라 그것밖엔 방법이 없기 때문에”라는 그의 소설 ‘흰’(2016)의 문장처럼 말이다.
문학과지성사 대표인 이광호 문학평론가는 한강의 수상을 “한국 문학이 동시대 세계 문학의 중심으로 들어간 사건”이라고 말했다. 한강은 2016년 부커상 수상 당시 “앞으로 이런 일들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자신의 말을 끊임없이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