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혈세 130억 투입… "밥값 못하는 지방세연구원 지원 못 하겠다" 갈등

입력
2024.10.23 09:00
11면
'보고서 표절' 논란 지방세연구원 지원 이견
지자체가 연구원에 지원한 돈 매년 남아
서울시 "의무 지원→사전 심사 개선을"
행안부 "연구원 안정적 운영에 필요"

세수 감소로 살림살이가 빠듯해진 지방자치단체들이 최근 '보고서 표절' 논란과 '능력 부족' 지적을 받은 사실이 드러난 한국지방세연구원에 대한 예산 지원 심사 권한을 달라고 국무총리실에 공식 건의했다. 재정난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는 사전 심사도 없이 관련 법에 따라 지방세 수입의 일정 비율을 떼어 내 의무적으로 연구원에 지원(올해 130억 원)하고 있지만, 정작 연구원은 그 돈을 다 쓰지 못해 매년 돈이 남아도는 현상(잉여금 발생)이 반복돼서다. 지자체 심사 절차를 신설해 사실상 예산을 절감하겠다는 취지다. 반면 소관 부처인 행안부는 "법정 출연율은 연구원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필요하다"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2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는 최근 국무총리실 산하 행정협의조정위원회에 이런 내용이 담긴 '한국지방세연구원에 대한 자치단체 출연규정 개선' 신청서를 제출했다. 위원회는 지자체와 중앙행정기관 간 이견을 조정하는 기관이다. 지자체들이 의무 출연과 출연비율 문제 개선을 여러 차례 행안부에 건의했지만 제대로 반영되지 않자 지자체 맏형 격인 서울시가 총대를 메고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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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지방세기본법(152조)과 같은 법 시행령(94조)에 따라 매년 전국 지자체가 무조건 지방세 일정 비율(전전년도 보통세의 0.012%)을 출연하도록 한 규정이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전액 연구원 예산으로 사용되는 지자체 출연금은 최근 10년(2015~2014년) 사이 약 2배(71억4,000만 원→130억8,000만 원)로 급증했다. 이 기간 연평균 증가율은 7.2%에 달했다. 그러나 연구원은 이 돈을 모두 사용하지 못했다. 최근 5년(2019~2023년)간 잉여금은 56억 원에 달했다. 특히 2019~2021년 7억 원 안팎이었던 잉여금은 2022년에는 23억여 원으로 치솟았고, 지난해에도 10억 원을 넘었다.

시는 "지방세수 신장에 따라 연구원 사업 규모와 무관하게 지자체 출연금 규모가 매년 증가해 잉여금이 계속 발생한다"며 "매년 잉여금을 최소화해 줄 것을 당부해도 소용없는데 연구원은 외연 확장에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획일적 출연비율 규정을 폐지하고 지원 규모의 적정성을 매년 지자체가 사전에 심사한 후 필요한 만큼 출연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연구원 재정여건과 수요를 고려해 필요한 만큼만 출연금을 주겠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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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행안부는 "2020년 0.015%였던 출연율을 현 수준으로 낮췄고, 연구원의 중기사업계획에 관한 자치단체의 사전 심의를 거쳐 출연율을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행안부는 이어 "출연율 규정을 없애면, 의회가 동의하지 않아 미출연 또는 과소출연하는 자치단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연구원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출연율 규정 폐지는 시기상조"라고 서울시 요청에 난색을 표시했다.

박민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