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0일 첫 정상회담을 갖고 우호적 한일관계를 계승·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핵위협을 고조시키는 북한을 향해서는 "한반도 긴장 고조의 책임을 한일·한미일에 전가하지 말라"고 규탄했다. 이번 회담의 성과를 바탕으로 연내 한미일 3국 정상회담도 추진할 계획이다.
한일 정상은 이날 라오스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만났다. 이시바 총리 취임 9일 만이다. 양측이 서로에게 보낸 첫 메시지는 같았다. 윤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와 맺은 최상의 관계를 지속하자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님과도 셔틀외교를 포함한 활발하고 긴밀한 소통을 통해서 한일관계 발전을 굳게 이어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대통령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시바 총리는 "오늘날의 전략환경 내에서 일본과 한국의 긴밀한 공조는 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면서 "저는 윤 대통령님과 기시다 전 총리가 크게 개선시킨 양국 관계를 계승해 발전해나가고자 한다"고 화답했다. 양국 정상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인 2025년을 계기로 "양국 관계를 한층 더 발전시켜나가자"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북한의 도발 위협에 맞선 공조 방안을 중점 논의했다. 특히 한미일 3국의 대북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체계를 면밀히 가동시켜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현지 브리핑에서 "(양 정상은) 이런 (북한의) 위협은 동북아시아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 전 세계 평화와 안보에 위협적이라 했다"면서 "한반도 긴장 고조의 책임을 한일 양국, 그리고 한미일 3국에 전가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양국은 북한과 북한을 지원하는 세력에 대해 엄중한 경고 메시지를 보낼 수 있도록 협력하기로 했다.
이날 정상회담은 40분가량 진행됐다. 아세안 다자회의 계기로 만난 터라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만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제7광구 개발, 한일 과거사 문제 등 세부 현안은 논의하지 못했다. 다만 양국 정상이 '긍정적 양국 관계 유지 및 발전'이라는 큰 틀의 방향성에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향후 한일관계가 전임 기시다 정권 때와 마찬가지로 순항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한일 정상의 상호 '국빈 방문'이 본격 추진될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일본이 총선을 앞두고 있어 고위급 교류를 제안하는 건 아직은 조심스럽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이와 별개로 한미일 정상회담이 추진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라오스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가 아직 두 달 반 남아 있어 충분한 시간이 있다고 본다"며 "일본의 국내 총선 일정, 미국의 대선 일정이 끝나고 11월이면 어디서 세 정상이 만날 수 있을지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