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64) 현대카드 부회장이 별세한 어머니가 남긴 재산을 놓고 동생들과 벌인 유류분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유류분은 고인의 유언과 관계없이 배우자·자녀·부모·형제 등에게 보장된 최소한의 유산 상속분을 말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부장 김도균)는 정 부회장이 남동생 해승씨와 여동생 은미씨를 상대로 제기한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에서 10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정해승은 3,200여 만 원, 정은미는 1억1,120만 원을 정태영에게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 부회장의 모친은 생전인 2018년 3월 "서울 종로구 동숭동 일부 대지와 예금자산 등 10억 원 전액을 둘째 아들과 딸에게 상속한다"는 자필 유언장을 작성했고, 이듬해 2월 사망했다. 해승씨는 모친 사망 다음 달에 유언증서의 효력을 인정받기 위한 검증절차(검인)를 서울가정법원에 신청했다.
그러자 정 부회장은 "유언장 속의 필체가 평소 어머니의 필체와 동일하지 않은 것 같고, 유언증서 작성 당시 정상적인 인지 능력이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두 동생이 낸 유언장 효력확인 소송에 맞서, 총 4억 원대의 유류분반환 소송도 별도 제기했다. 정 부회장의 소송에는 당시 생존해 있었던 그의 부친 정경진(2020년 별세) 종로학원 설립자도 동참했다.
유언장 효력 확인 소송에서 1심은 동생들이 승소했다. 1심법원은 △유언장 필체가 모친의 평소 필체와 동일하고 △유언장 작성 당시 의식상태가 명료했다고 판단했다. 정 부회장 측도 항소하지 않아 유언장의 효력은 2020년 그대로 확정됐다.
이와 별도로 정 부회장의 유류분 자격을 다룬 이번 재판부는 정 부회장 동생들에게 적법하게 유증(유언으로 재산을 증여하는 행위)된 재산 범위를 심리한 끝에, 정 부회장의 청구를 대부분 받아들였다. 다만 재판부는 동생들이 정 부회장을 상대로 "서울 종로구 동숭동 부동산의 일부 지분 소유권을 달라"며 제기한 반소에 대해선 동생들의 주장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정 부회장에게 인정되는 지분을 제외하고 나머지 부분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를 인용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