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이 되기에 적합한 자질이라는 것이 있을까? 한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는 내가 국회의원이 되기에 좋은 자질을 지녔다고 말했다. 그때까지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던 터라, 도대체 국회의원이 되기에 적합한 자질은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그는 내가 워크홀릭이고, 나쁜 사람을 보면 참지 못하는 정의로운 성격이라서 국회의원이 되기에 적합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다른 능력은 무엇이 필요할까.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대부분 '소통 능력', '공감 능력', '친화력' 등을 꼽았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진심으로 공감해 주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데 나도 동의한다. 하루에도 많은 사람을 만나는 직업 특성상, 친화력도 매우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 매일 다양한 직능 단체의 사람들을 만나고 지역구 주민들에게 인사를 다니다 보니, 셀 수 없이 많은 악수를 하고 웃으면서 반갑게 인사를 한다. 악수를 너무 많이 하다 보니 손목에 커다란 파스를 붙이고 다니는 국회의원들을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일종의 직업병이다.
국회의원의 또 다른 자질이라면, 전문성을 들 수 있겠다. 국회의원이 되기 전의 직업들을 살펴보면 법조인이 가장 많다. 국회가 입법기관이다 보니, 판사, 변호사 등 법조인이 아무래도 유리하다. 그 외에 지방의원 경력이 있는 이들이 일을 야무지게 하는 경향이 있다. 국회 보좌관 경력이 있는 이도 꽤 있는데, 이런 분들은 나름대로 노하우가 있어서 일을 요령껏 하는 방법을 아는 것 같다. 고위 공무원 경력이 있는 이들도 있는데, 정부 부처를 대할 때 좀 점잖게 일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인지도와 공신력이 있는 언론인이 있다. 내가 속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특히 언론인 출신이 많다. 당에서 오래 일한 당직자 출신도 있는데, 중앙당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잘 알고 있고, 조직에 인맥도 많아서 일을 추진하기에 용이한 면이 있다. 이들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유형도 있는데, 바로 나처럼 외부에서 분야별 전문가로 영입되어온 유형이다.
사실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자질은 용기다. 그리고 끈기와 인내가 필요하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정말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상임위 전체회의가 보통 오전 10시에 시작하는데, 차수 변경을 하면서 밤 12시를 넘긴 적도 여러 번이다. 12시간이 넘게 같은 자리에 꼬박 앉아 있어야 하다 보니 보통 끈기와 인내가 필요한 일이 아니다. 인내심 못지않게 체력도 필요하다. 혹자는 내가 연구자여서 오래 앉아 있는 일에 익숙하지 않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연구자로 앉아 있을 때는 책, 논문이나 컴퓨터 화면을 집중해서 보고 있을 수 있는데 회의장에서는 일절 딴 짓을 할 수가 없다. 자신의 질의가 끝난 후, 다음 번 순서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만 한다. 회의장에는 카메라들이 상시 켜져 있기 때문에 딴짓을 하면 바로 카메라에 잡히기 십상이다. 어쨌든 늘 조심해야 한다.
좋은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열정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자발적으로 선택한 만큼 이 일을 왜 하는지에 대한 동기 부여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국가와 국민께 헌신하려는 마음가짐과 열정, 부지런함과 추진력이 있어야 한다. 일 욕심과 체력이 뒷받침되면 더욱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