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경찰공제회, 2년 경력을 7년으로 부풀린 '먹튀' 채용 방치

입력
2024.10.10 16:30
대체투자 경력직 결격 인사 채용
채용 담당자, 지원자 경력 뻥튀기
"우수 인력 놓치기 싫어" 황당 해명

경찰공제회가 억대 연봉을 주고 대체투자 경력직을 채용하면서 응시자격에 미달하는 지원자의 경력을 부풀려 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채용 담당자에게는 정직 1개월 징계만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공제회는 경찰 공무원의 복지증진을 위한 기구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공제회에서 받은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공제회는 2022년 5월 대체투자 업무를 진행할 전문직 4급 경력직을 채용 공고했다. '금융기관 대체투자 업무 7년 이상 경력'이 자격요건이었는데, 정작 2년 9개월밖에 되지 않는 40대 A씨가 채용됐다. 채용 담당자 B씨가 A씨의 경력이 2년 9개월로 자격요건에 미달한다는 채용의뢰 부서의 자격요건 심사표를 임의로 폐기한 뒤 A씨의 경력을 7년 10개월로 다시 책정했기 때문이다.

당시 A씨는 입사지원서에 한 은행에서 4년 9개월간 근무했다고 적었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경력증명서 등 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 채용 의뢰부서에선 검증되지 않은 경력을 인정하지 않는데도 B씨가 제멋대로 A씨의 경력을 인정해 채용한 것이다. B씨는 아울러 금융기관이 아닌 화장품 회사 근무 경력까지 대체투자 경력으로 봐줬다. 공제회 자체 감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B씨는 "경력증명서를 파쇄했다"고 주장했다. 공제회 규칙에 따르면 채용서류는 10년간 보존해야 한다.

공제회는 이후 대응도 미비했다. 담당자와 지원자 간 금품 수수 등이 의심되는 정황인데도 별도 수사의뢰 없이 B씨에게 정직 1개월의 징계만 내렸다. 관련 사실이 확인될 경우 내규상 '해고'도 가능한 상황이다. A씨는 2022년 7월부터 1년간 근무하면서 성과급을 포함해 9,300만 원을 수령한 뒤 퇴사했다. 공제회는 이에 대해 "자체 감사 결과 청탁이나 강요 등 범죄 혐의점은 없는 걸로 판단했다"며 "우수한 인재를 경력 때문에 놓칠 수 없어서 그러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결격 인원을 자격요건 충족이라 조작한 것 등은 명백한 법률 위반 소지가 있지만, 공제회는 수사의뢰와 같은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채용담당자와 특정 채용자 간 부정한 관계가 있었는지 명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