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최근 5년간 법률 자문에 80억 원 넘게 쓴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로펌에 집중된 데다 한도를 두고 있는 다른 직능 기반 상호금융권 지역조합과 달리 지출이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1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농협중앙회 및 농협 계열사의 법률 자문 내역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4년 8월까지 농협의 법률 자문비용은 총 84억 원이었다. 그중 국내 5대 대형 로펌에 법률 자문을 의뢰하며 지급한 금액은 51억1,500만 원에 달했는데 △김앤장 법률사무소 11억1,700만 원 △법무법인 세종 10억1,000만 원 △법무법인 율촌 9억9,700만 원 △법무법인 광장 5억4,000만 원 등이다.
문제는 농협이 다른 상호금융권 지역조합이나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 정부 부처보다 법률 자문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기본 500만 원 이상 주고 법률 자문 계약을 진행했는데, 부처(건당 30만 원 수준)와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많다. 법률 자문 건당 평균 1,700만 원이었다. 특히 올해는 8월까지 법률 자문비용으로 총 24억9,400만 원을 지출해 역대 최고 기록(2022년 25억3,300만 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농협 내부에 법률 자문 한도 관련 규정이 없는 탓이다. 실제 농협을 관리감독하는 농식품부는 자문료로 건당 30만 원, 해수부는 20만 원 등 상한선을 두고 있지만 농협은 이 같은 내부 규정 자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도가 없다 보니 단순 법률 해석도 거액을 주고 로펌에 맡겨 해결한 셈이다.
자문 내용도 독특했다. 농협경제지주, 농협은행 등 계열사는 사업 계약서 검토 등의 법률 자문 내역이 많았지만 농협중앙회는 ‘농협중앙회장 연임 허용에 관한 농협법 개정’ ‘향후 중앙회장이 농민신문사 대표 겸직하더라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여부’ ‘농협법 개정 없이도 임원 보수 의결기관을 총회에서 이사회로 변경 가능한지’ 등 조합원 전체보다 회장을 비롯한 중앙회 임원을 위한 법률 자문이 많았다. 해당 자문에 농협은 각각 550만 원, 1,100만 원, 1,650만 원을 썼다.
임 의원은 "농민의 피와 땀으로 조성한 출자금으로 운영하는 농협이 사내 변호사와 법률 고문이 있는데도 대형 로펌에 과도한 비용을 지불하는 등 무분별하게 법률 자문 계약을 하고 있다"며 "투명한 절차와 명확한 지급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