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 탈출한 채권, 강등 경고 받은 증시

입력
2024.10.1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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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세계 3대 국채 지수인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성공했다. 한국 자본시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의미 있는 성과다. 남은 숙제는 증시다. 외려 강등 경고까지 받았다. 공매도 금지 조치가 가장 큰 이유다. 연초부터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에 총력을 다하는 정부는 역주행을 멈춰야 한다.

글로벌 시장지수 산출 기관인 영국 FTSE 러셀은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11월 한국을 WGBI에 편입할 계획이라고 그제 밝혔다. 주요 26개국 국채가 편입된 이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자금은 3조 달러에 육박한다. 우리나라 국채 비중(2.22%)을 감안하면 75조~90조 원의 자금이 국내로 유입될 것으로 추정된다. 국채 금리가 낮아져 정부와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외환시장 안정 효과도 클 것이다.

FTSE 러셀은 하지만 국내 증시에 대해서는 여전히 박한 평가를 내놓았다. “공매도 금지 조치는 국제 투자 커뮤니티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지적은 공매도가 재개되지 않으면 ‘선진시장’ 지위를 박탈할 수 있다는 경고장에 가깝다. 공매도 금지는 선진 23개국이 가입돼 있는 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도 결정적 장애물이다. 골드만삭스는 한국 증시가 이 지수에 편입되면 국내로 75조 원이 유입될 걸로 본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건 불법 공매도가 만연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올 4월 총선을 앞두고 개인투자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포퓰리즘 성격이 짙었다. 6개월 만 금지하겠다더니 불법 공매도를 걸러낼 시스템 구축을 이유로 내년 3월까지로 연장한 상태다.

주요국 중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공매도는 주가조작을 어렵게 하는 등 장기적으로는 개인투자자를 보호하는 순기능도 있다. 정부가 아무리 밸류업을 외쳐봐야 공매도가 재개되지 않으면 어렵다. 더는 늦춰지지 않도록 시스템 구축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다만 여기에 묻어서 금융투자소득세가 지수 편입에 걸림돌인 것처럼 호도하는 일각의 주장은 경계한다. 글로벌 기관 어느 곳도 막대한 차익을 얻으면서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걸 자본시장 선진화로 포장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