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원 투혼 소환' LG 에르난데스·KT 고영표, 무쇠팔 대결

입력
2024.10.10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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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LG-KT 준PO 5차전 마지막 승부
내일 없는 경기, 확실한 불펜 또 출격 대기
에르난데스는 1~4차전 유일하게 전부 등판
고영표는 시즌 최종전부터 강행군 소화

LG와 KT의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준PO·5전 3승제) 승부가 결국 끝까지 갔다. 내일이 없는 최종 5차전은 총력전이다.

염경엽 LG 감독과 이강철 KT 감독은 11일 오후 6시 30분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준PO 5차전에 불펜 투수들을 전원 대기시킬 계획이다. 2승씩 주고받는 동안 선발 투수가 단 한 번도 6이닝 이상 버티지 못해 불펜진의 피로도가 높지만 확실한 '승리 보증 수표'를 계속 쓸 수밖에 없는 마지막 승부다.

두 팀의 확실한 불펜 카드는 정규시즌 선발에서 포스트시즌 중간 투수로 전환한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LG)와 고영표(KT)다. 이들은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5경기에 모두 나가 4승 1패를 기록했던 '무쇠팔' 최동원의 위대함까지는 못 미치더라도 전설을 현실로 다시 소환할 만큼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에르난데스는 양 팀 투수 중 유일하게 1차전부터 4차전까지 전 경기 마운드에 올랐다. 강속구를 앞세워 5일간 네 차례 등판해 6.1이닝을 실점 없이 막았다. 삼진은 9개를 뽑아냈고, 1홀드 1세이브를 수확했다.

당초 염 감독은 1차전 27개, 3차전 38개를 던진 에르난데스를 3차전에 기용하지 않으려고 했다. 이틀 연투에 투구 수도 많아 충분한 휴식을 주려고 했지만 3차전 9회말에 마무리 유영찬이 2점 홈런을 맞고 1점 차로 쫓기자, 급하게 에르난데스를 올려 승리를 지켰다. 4차전에도 3-5로 끌려가던 경기를 8회초에 5-5 동점을 만들자, 에르난데스에게 2이닝을 맡겼다.

4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내지 못한 염 감독은 5차전에도 에르난데스의 등판을 예고했다. 그는 "5차전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 승부해야 한다"며 "에르난데스도 1이닝 정도 던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르난데스가 5차전까지 등판하면 2005년 위재영(SK), 2010년 강영식(롯데), 고창성(두산), 2013년 한현희(넥센), 2017년 원종현(NC)에 이어 단일 시즌 최다 등판 준PO 출전 기록(5회)을 세운다. 앞선 4명은 연투가 익숙한 불펜 요원이었지만 에르난데스는 5인 로테이션을 돌던 선발 투수라 5회 출전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고영표도 쉼 없이 던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키움과 정규시즌 최종전에 구원 투수로 5이닝 동안 48개를 던진 것을 시작으로 1일 SSG와 5위 결정전(1.2이닝 1실점), 3일 두산과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1이닝 무실점), 5일 LG와 준PO 1차전(선발 4이닝 1실점), 9일 준PO 4차전(2이닝 무실점)까지 강행군을 소화했다.

프로야구 사상 초유의 5위 결정전을 거쳐, 첫 와일드카드 '업셋'을 이루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고영표는 또 '0%의 확률'을 뒤집기 위해 5차전 등판도 자신하고 있다. 그는 "주위에서 많이 걱정하는데 지고 싶지 않다"며 "준비하고, 나가라고 하면 이길 수 있게 던지겠다"고 다짐했다.

5차전 선발 투수는 LG 임찬규와 KT 엄상백이 낙점됐다. 지난 6일 2차전 '리턴 매치'로, 첫 대결에선 임찬규가 웃었다. 임찬규는 5.1이닝 2실점(1자책) 투구로 포스트시즌 첫 선발승을 따냈다. 올 시즌 KT를 상대로 네 차례 등판해 3승 무패 평균자책점 2.70으로 강했던 모습을 유지했다. 반면 정규시즌 LG전에 1승 1패 평균자책점 8.44였던 엄상백은 가을 야구에서도 4이닝 4실점으로 일찍 무너져 패전 투수가 됐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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