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내수 회복 지연, 경기 개선 제약"... 커지는 건설투자 우려

입력
2024.10.1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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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투자 부진 심화… 당분간 지속 전망
'내수 회복 조짐' 정부와 반대 평가 견지
금리인하 재차 촉구… 유가 불확실성↑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건설투자 부진 심화로 내수 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을 우려했다. 경기 부진 해소를 위해 고금리 통화정책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도 견지했다.

KDI는 10일 발표한 '경제동향 10월호' 보고서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으나, 건설투자를 중심으로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경기 개선이 제약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KDI는 지난해 7월 한국 경기가 저점을 지난 것으로 판단, 수출 개선 양상에 올해 5월까지만 해도 "경기 부진이 완화하고 있다"고 평가했으나 7월부터 내수 우려에 무게를 싣고 있다.

특히 이번 보고서에서는 내수 회복 지연 요인으로 부진한 건설투자가 강조됐다. 건설기성의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는데, 선행지표가 일부 완화하고 있지만 당분간 건설투자가 고전을 면치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앞서 8월 산업활동동향에서 건설기성은 전년 동월 대비 9% 감소해 전월(-5.2%)보다 감소 폭이 커졌다. 건축 부문 실적이 12.4% 줄어 타격을 입은 영향이다.

KDI는 지난해부터 누적된 건설수주 감소가 시차를 두고 파급돼 한동안 위축된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봤다. 정규철 경제전망실장은 "건설투자 부진이 상당히 심화한 상황"이라며 "건설 착공도 많이 이뤄지지 않아서 단기간에 해소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건설기성은 전월 대비로도 4개월 연속 감소하는 추세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수출이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데 더해, 일시적으로 조정을 받았던 제조업생산은 생산설비 정비·임금 협상 등에 따른 자동차 생산 차질이 완화하면서 회복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봤다. 그러나 고금리 기조에 얼어붙은 소비심리로 소매판매 감소세는 지속되는 등 산업 간 온도 차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상황이라는 판단이다.

KDI는 내수 회복을 위해 금리인하가 선결 과제라고 지적해왔다. 이번에도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빠르게 둔화하고 있는 점, 미국 기준금리 인하 등 주요국 통화정책 긴축 기조가 완화한 점 등을 짚었다. 다만 주요국 수요 부진으로 안정화 추세이던 국제유가가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갈등 격화로 이달 들어 상승해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물가를 자극할 공산도 있다.

세종=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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