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손님이 쫓겨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초등교사 현유림은 제주로 휴가 갔다 들른 북카페에서 겪은 경험을 전한다. 비를 피해 엄마와 함께 '조용히' 입장한 어린이에게 카페 사장은 "'노 키즈 존'이라 어린이는 나가 주셔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후 '노 키즈 존'에는 절대 갈 수 없게 됐노라 고백한다. "누군가를 차별해서 얻는 고요함은 정말 온몸이 후끈해지는 부끄러움이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책 '우리 모두는 어린이였다'는 현 교사와 서한영교 작가, 김지은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등 12명의 어른이 어린 동료, 즉 어린이들에게 띄우는 12편의 이야기를 담았다.
서한 작가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엔젤 산업'이 호명하는 '천사 어린이'와 미성숙하고 무례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어린이 취급하며 부르는 혐오 표현 '잼민이'에 주목한다. 그는 "천사 어린이와 잼민이는 서로 반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랫사람이라는 뫼비우스의 띠로 이어져 있다"며 "어린이는 찬양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손쉽게 혐오당한다"고 짚는다. 저출생 시대에 귀한 존재인 것처럼 여기면서 정작 어린이를 환대하는 공간은 찾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김 평론가는 "모든 어린이에게 평등하고 자유롭게 '하나의 우주'를 선사"하는 공간 도서관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그러면서 최근 성, 인권, 평등 등을 다룬 어린이 책을 금서로 지정해 어린이와 책 사이에 바리케이드를 치려는 움직임에 우려를 표했다. 책의 자유가 어린이의 자유를 만든다는 것.
어린이는 부모의 소유물이거나 보호와 육성의 대상이거나 미래의 꿈나무가 아니다. 어린이를 "동시대에 함께 살아가는 지구 거주자로, 함께하는 법을 익혀 나가는 시민으로, 함께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동반자"로 여겨야 한다고 책은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