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과 은행권이 대출을 옥죄고, 아파트 매매 열기가 숨고르기 국면에 들어서면서 이달 주요 은행 가계대출과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이 역성장 중이다. 다만 아직 월초인 만큼 추세를 판단하기 이르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기준금리 결정에 따라 불씨가 되살아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9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취합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7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30조915억 원이다. 지난달 말보다 8,756억 원 감소한 것이다. 특히 주담대를 포함한 주택 관련 대출이 574조5,764억 원에서 573조4,293억 원으로 1조1,471억 원이나 줄었다. 월초 휴일이 있기도 했지만, 8월 한 달 동안 가계대출이 9조6,259억 원, 주택 관련 대출이 8조9,115억 원 폭증했던 것과 비교하면 대출 증가세는 확연히 누그러졌다.
올해 들어 5대 은행 가계대출과 주담대는 3월 한 달을 제외하고 내내 우상향했다. 7개월 만에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전방위적 가계부채 억제 정책과 집값 급등 피로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당국의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과 은행별 대출금리 인상 및 한도 제한, 일부 전세대출 중단 등 조치가 서서히 효과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부동산 시장 열기도 한풀 꺾였다.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계약 중 ‘상승 거래’ 비중은 48.5%로 석 달 만에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가계대출 감소세가 지속될지는 한은의 통화정책과 부동산 시장 반응에 달렸다고 은행권은 본다. 당장 11일 통화정책방향회의 결과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시장에선 3년 2개월 만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유력하게 점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1%대까지 낮아지는 등 물가 부담은 덜었지만, 내수 부진에 따른 성장 둔화 우려는 커져 금통위가 0.25%포인트 정도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다. “집값 상승세가 확실히 둔화할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있지는 않다”고 한 신성환 금통위원 발언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이에 반해 가계대출과 수도권 집값 둔화 추세를 충분히 확인한 뒤 11월에 금리를 내리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추석 연휴를 제외한 한 달 정도의 통계 수치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 추세로 돌아섰다는 확신을 갖기에는 한은의 가계대출 경계심이 강한 모습”이라며 “이번에는 금리 인하 소수의견이 개진되겠지만, 기준금리는 동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