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 92년생 가고 '기세' 96년생 왔다!... 대표팀 주축으로 거듭난 96즈

입력
2024.10.0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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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년생 손흥민·이재성·김진수·황의조·손준호,
한때 축구 대표팀 이끌었지만, 이번엔 이재성만 자리 지켜...
빈자리엔 김민재·황인범·황희찬·조유민·황문기 등 96년생 가득


2026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2연전을 준비하고 있는 홍명보호에 1996년생들이 대거 승선하면서, '캡틴' 손흥민(토트넘)을 대신해 주장 완장을 차게 된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를 중심으로 '96즈(1996년생들)'의 활약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남자 축구대표팀은 9일(한국시간) 요르단 암만에서 처음으로 국내파와 유럽파 선수들이 모두 모여 완전체 훈련을 진행했다. 이들은 10일 암만국제경기장에서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3차전을 치른다. 이후 15일에는 이라크를 홈으로 불러들여 B조 4차전을 치를 예정이다.

이번 홍명보호가 다른 때와 다른 건 기존 '대세'로 꼽혔던 손흥민 등 1992년생들 대신 기세 넘치는 1996년생들이 대거 선발됐다는 점이다. 손흥민과 이재성(마인츠), 김진수(전북), 손준호, 황의조(알란야스포르) 등 1992년생들은 한때 한국 축구 대표팀의 전성기를 이끌었지만, 이번엔 이재성만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부주장 자리를 지켰다.


92년생이 빠진 자리를 메운 건 96년생들이다. 김민재를 비롯해 최근 기량이 최고조에 도달한 황인범(페예노르트), '황소' 황희찬(울버햄프턴) 등이 대표적이다. 그중에서도 김민재는 2023년 10월 튀니지와의 친선전 이후 1년여 만에 주장 자리까지 꿰찼다. 당시에도 손흥민이 부상 여파로 출전하지 못하게 되자 김민재가 대신 완장을 찼는데, 탄탄한 수비에 더해 득점까지 해낸 건 물론이고, 동료들을 독려하는 리더십을 발휘해 주장 데뷔전을 안정적으로 치렀다는 평가를 받았다.

황희찬은 부상으로 제외된 손흥민을 대신해 최전방 공격수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시즌 시작 후 아직까지 공격포인트를 하나도 올리지 못하며 고전했지만, 이번 A매치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꾀한다는 각오다. 홍 감독 또한 "소속팀에서 어려움을 겪던 선수가 (대표팀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해 힘을 얻는 경우가 있다"며 믿음을 보이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샤르자에서 뛰는 조유민과 오른쪽 풀백 황문기(강원)도 96년생이다. 지난 9월 팔레스타인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황문기는 과감한 전진과 특유의 빠른 스피드로 오른쪽 수비공간을 탄탄하게 지켜내 눈도장을 찍었다. 황문기는 올 시즌 K리그1에서 양민혁(강원)과 함께 강원의 돌풍을 일으킨 주역이기도 하다. 이번 A매치에선 왼쪽 풀백인 설영우(즈베즈다)와 호흡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조유민은 파울루 벤투 전 감독 시절인 2022년 6월 부상으로 빠진 김민재를 대신해 벤투호에 올라탔다. 하지만 실제 출전 기회는 거의 얻지 못했고, 위르겐 클린스만 체제에선 아예 외면당했다. 이후 올해 상반기 김도훈호에서 1년 6개월 만에 A매치 출전 기회를 얻자 황희찬의 골을 도우며 진가를 발휘했다. 또 최근 소속팀에서도 수비와 공격 모두 완벽하게 해내며 팀의 선두 질주와 최소 실점을 이끌고 있는 만큼 이번 2연전에서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기대해 볼 만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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