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봤더니]포르쉐 새 전기차 '타이칸 터보S' VS 정통 스포츠카 '911 터보S', 뭐가 더 재밌을까

입력
2024.10.21 09:00
18면
타이칸 터보S, 가슴 뛰는 배기음 사라졌지만 속도감 배가
911 터보S, 야수 같은 굉음에 민첩한 조향감 매력


포르쉐 하면 개구리를 떠올리게 하는 특유의 디자인과 우렁찬 배기음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모델 변경을 거듭하고 여러 차종을 내놓으며 모양은 조금씩 바뀌었지만 두 상징물은 변함없었다. 그런 포르쉐가 내놓은 전기차는 어떨까. 포르쉐가 2020년 한국 시장에 출시했고 8월 국내 시장에 내놓은 부분 변경 모델인 타이칸 터보S를 마주하며 든 생각이다.

8월 29일 자동차 경주로인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포르쉐 월드 로드쇼 2024'에서 마주한 신형 타이칸 터보S겉모습은 유려한 곡선을 강조한 이전의 포르쉐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설계된 날렵한 차라는 인상을 주는 911의 그것과 닮았다. 헤드 램프를 비롯한 차체 전반의 선이 이전보다는 더 납작한 느낌을 준다는 정도의 차이밖에 없다. 하지만 유려한 곡선이 헤드 램프부터 가변 스포일러까지 이어지는 입체감은 그대로다.

차량 실내도 다른 포르쉐 특유의 디자인을 유지했다. 다른 차에 비해 작고 그립감(쥐는 느낌)이 뛰어난 운전대부터 이전과 같다. 조작하기 편리한 운전대 옆 직사각형 기어봉도 크기가 작기는 했지만 포르쉐의 다른 내연 기관차와 비슷한 형태다. 원형 3개로 구성된 계기판은 전자식 디스플레이지만 그래픽 곡선이 움직이며 속도를 표시하는 식으로 이전의 아날로그 감성을 살렸다. 대시보드 한가운데 원형 아날로그 시계도 그대로다. 안으로 움푹 들어간 버킷 시트도 주행 중 몸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게 하는 정통 스포츠카 형태다.

'불편하지만 매력 있는' 실내 디자인도 그대로다. 옆문이 없는 뒷좌석이 있지만 레그 룸(다리를 뻗는 공간)이 너무 작아 성인이 편안하게 탈 수 없는 구조다. 그렇다면 엔진이 뒤편에 있기 때문에 차량 앞쪽에 있던 작은 짐 칸의 위치는 바뀌었을까. 차량 앞 덮개(보닛)를 열어보니 작은 짐칸이 나오는 것도 911과 같았다. 이 차는 뒤편에도 널찍한 짐칸이 있다.



'위이잉~', 포르쉐 배기음 어디 갔어?


하지만 가슴 뛰게 하는 포르쉐 특유의 배기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주행 상태를 '스포츠 모드'로 바꿔봤지만 천둥·우레 소리에나 비견할 만한 포르쉐 특유의 폭발음은 나지 않았다. 대신 항공기나 영화 속 우주선을 떠올리게 하는 '위이잉~' 소리가 난다. 포르쉐의 최대 매력 중 하나는 사라진 셈.

그럼에도 '역시 포르쉐는 포르쉐'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날은 정지 상태에서 가속 페달과 제동 페달을 동시에 밟아 엔진 RPM(분당 회전수)을 높인 뒤 출발하는 스포츠카 운전 기법인 '런치 컨트롤'을 시험했다. 이 상태에서 제동 페달에서 발을 떼자마자 고개가 뒤로 젖혀지며 차량은 앞으로 무섭게 치고 나갔다. 신형 타이칸은 고성능 모델인 타이칸 터보S의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4초다. 이전 모델보다 0.4초 줄어들었다.

정숙성과 연비도 더했다. 서킷에서 고속도로 주행을 이어가는 동안 이 차는 '포르쉐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조용했다. 정지 상태에서도 차체를 부르르 떨리게 하는 내연기관 엔진이 없다는 점에서 보면 당연지사. 포르쉐는 이 같은 떨림이 불쾌하기보다는 경쾌하게 운전자에게 전달되는 흥분을 주던 차이기에 이 같은 변화가 더 도드라진다. 곡선 주로를 달리거나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도 충격의 양 자체가 작게 느껴진다. 어떤 경우에도 차량의 수평을 최대한 유지하는 '포르쉐 액티브 라이드 서스펜션(현가장치)'이 기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연비는 내연기관 포르쉐와 격차를 더 벌렸다. 이 차는 완충 시 최대 500㎞를 갈 수 있는데 기존 모델 완충 시 최대 주행거리(303㎞)보다 197㎞나 늘어난 것이다. 배터리를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시간도 18분으로 이전 모델의 절반가량 줄었다.



911, 폭발하는 배기음...엔진 떨림의 전율


하지만 포르쉐를 타러 왔는데 폭발하는 배기음과 엔진 떨림의 전율을 느껴보지 못한다면 후회가 남을 듯했다. 이날 포르쉐는 10여 개의 차종을 서킷에 내놨는데 이 같은 기대를 가장 크게 채워준 차량은 단연 '포르쉐 911 터보S'였다. 1995년 개봉한 미국 영화 ‘나쁜 녀석들(Bad Boys)’에 나왔던 바로 그 차다.

가속 페달을 밟자마자 성난 야수를 연상케 하는 "와앙~"하는 웅장한 배기음이 운전자를 압도한다. 최고 출력 662마력(PS)의 힘이 느껴진다. 가속 페달을 밟는 것 이상으로 치고 나가는 만큼이나 제동 성능도 기대 이상이다. 직경 420㎜(전방)·390㎜(후방)의 브레이크 디스크가 급제동을 걸어도 페달을 밟는 만큼 무리 없이 정확하게 서는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 이 차를 모는 가장 큰 재미는 운전대를 움직이는 대로 차체가 민첩하게 따라오는 조향감이다. 운전대를 움직이는 운전자의 의지와 차체가 한 몸처럼 정확하게 움직이는 느낌을 준다. 타이칸 터보S와 마찬가지로 곡선주로에서 탑승자의 몸이 한쪽으로 지나치게 쏠리지 않게 하는 서스펜션 능력이 탁월하다.

엔진 출력이 강한 스포츠카 특유의 차체 떨림을 감안해도 차체 하부 소음은 많이 나는 편이다.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 운전자에 전해지는 충격도 세단이나 전기차에 비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아날로그 방식의 운전하는 재미에 방점을 찍는 스포츠카 마니아라면 오히려 재미를 느낄 만한 정도다. 외관 디자인의 유려한 곡선은 포르쉐의 여러 차종 가운데서도 원색의 고광택 도색이 가장 돋보이게 하는 적절한 부피감이 느껴진다. 이 차의 제로백은 2.7초로 타이칸에 뒤처진다. 그럼에도 포르쉐 마니아라면 주저 없이 타이칸보다는 911의 손을 들지 않을까.





용인= 김청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