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원 파우치

입력
2024.10.09 16:00
26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지난달 말 프로야구 정규시즌 막바지, 선수들이 팬들에게 나눠준 파우치에 이런 문구가 있다. “하늘에만 떠 있다고 별이 아니에요. 누군가에게 길을 밝혀주고 꿈이 돼 줘야 그게 진짜 별이에요.” 고 최동원 선수의 생전 인터뷰 내용에서 따왔단다.

□ 이 파우치는 스페셜 사인, KBO리그 카드와 함께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가 준비한 선물. 올해 1,000만 관중 동원에 감사한 마음을 담았다. 최동원 선수는 알다시피 한국 역대 최고 투수 중 한 명이며 선수들의 노조격인 선수협의회 결성을 주도했다. 본인이 ‘슈퍼스타’였지만, 힘들게 야구를 하는 연습생과 2군 선수들 복지 향상을 과업으로 삼았다. 그의 이런 행보는 강제 트레이드 등 고초로 이어졌다. 최동원에 대한 홀대는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큰 과오와 상처로 남아 있다.

□ 선수협은 앞서 지난달 9일엔, 전 연도에 계약금 없이 육성선수로 입단해 당해 9월 10일에도 선수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프로야구 선수 전원에게 지원금을 전달한다고 발표했다. 시행 첫해인 올해에는 3년간 입단한 선수 중 기준을 충족하는 총 18명에게 지원금이 전달됐다. 지급일은 최동원의 기일인 9월 14일이다. 선수협 회장인 김현수(LG 트윈스)는 “프로에 입단했다고 갑자기 경제적 여건이 다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글러브, 배트 하나 사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후배들이 선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선배들이 뜻을 모아 도와야 한다”고 했다.

□ 스포츠의 세계는 ‘빈익빈 부익부’가 가장 극대화된 시장이다. 프로야구 스타선수의 자유계약(FA) 몸값은 몇 년에 100억 원을 훌쩍 넘지만, 그 이면엔 최저 연봉(2군 기준 3,000만 원·1군 기준 5,000만 원)으로 버티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평균 연봉은 한국 프로야구가 일본 프로야구의 3분의 1 정도이니 말이다. 노력도 노력이지만, 타고난 신체능력 차이 때문에 성공을 개인화하기 쉬운 스포츠 선수들이 ‘성공한 자의 의무’를 잊지 않는 건 다행이라 하겠다. 경제적 성공이 대물림되고 계층이 굳어질수록 우리 사회에서 점점 보기 힘든 모습이 아닌가.

이진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