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 독일 자동차 회사 메르세데스-벤츠에 수조 원대 배터리 납품 계약을 따냈다고 8일 밝혔다. 앞서 7월 프랑스 르노와 자동차용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한 후 잇따라 대규모 수주에 성공하면서 LG엔솔은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에도 미래 곳간을 채워가고 있다. LG엔솔은 또 3분기(7~9월) 영업이익이 직전 분기보다는 약 130% 증가했다고 이날 알렸다.
LG엔솔은 이날 벤츠 계열사에 2028년부터 10년 동안 총 50.5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LG엔솔은 계약 금액을 비밀 유지 조항에 따라 알리지 않았지만 공급 물량 등을 감안하면 수조 원대 수준일 것으로 업계는 예상했다.
특히 이번 수주 물량은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로 주목받는 46시리즈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는 기존 2170(지름 21㎜·길이 70㎜) 대비 에너지 용량은 다섯 배, 출력은 여섯 배 높이고 주행 거리는 기존 대비 16% 늘린 것이 특징이다.
LG엔솔은 12월 충북 청주시 오창 에너지플랜트에서 원통형 4680(지름 46㎜·길이 80㎜) 배터리를 만들 예정이다. 이는 LG엔솔의 첫 46시리즈로 업계에서는 이 제품이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에 쓰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이번에 공급될 46시리즈는 LG엔솔이 미국 애리조나에 짓는 원통형 배터리 전용 공장에서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애리조나 공장은 LG엔솔이 북미 지역에 짓는 두 번째 단독 공장으로 총 36GWh 규모 원통형 배터리 공장과 17GWh 에너지저장장치(ESS) 생산 공장으로 구성돼 있다. 올해 4월 착공했는데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계약을 두고 업계에서는 LG엔솔이 기존에 알려진 테슬라 말고 7월 르노에 이어 또 다른 유럽 완성차 업체의 대규모 공급 계약을 따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했다. LG엔솔은 "고객사와 협의에 따라 공시 내용 외 추가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LG엔솔은 또 이날 3분기에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4,483억 원으로 나타나 직전 분기보다 129.5%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다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38.7% 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은 6조8,778억 원으로 2023년 동기 대비 16.4% 감소했지만 전 분기보다는 11.6% 증가했다. 유럽과 북미 주요 완성차 업체에 전기차 파우치 공급이 늘었고 북미 전력망 프로젝트 중심 ESS 매출이 커지며 매출은 전 분기보다 늘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금액은 4,660억 원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를 빼면 영업 손실이 177억 원이다.
LG엔솔은 "주요 고객사의 전기차 판매 실적이 전 분기 대비 개선돼 안정적으로 물량을 공급하면서 AMPC가 전 분기(4,478억 원)보다 소폭 늘었다"며 "공급 물량 확대에 따른 가동률 개선과 함께 매출 증가에 따른 고정비 부담 완화, 비용 절감 노력 등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