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째 이어진 이스라엘의 전방위 전쟁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미국 대선 표심을 뒤흔들고 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휴전 촉구와 이스라엘 지지로 줄타기를 하는 사이,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스라엘 전폭 지지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미국 내 유대계와 아랍계 유권자를 향한 두 후보 간 득표 전략도 치열해졌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가자지구 전쟁 1년을 맞은 7일(현지시간) 미 대선 후보들은 저마다 목소리를 높였다. 해리스 부통령은 "하마스는 역겨운 악 그 자체"라고 비판하며 이스라엘 지원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는 이날 워싱턴 부통령 관저에서 열린 추모 행사에서 "이스라엘이 자국 방어에 필요한 것을 항상 갖추도록 하고, 미국과 전 세계에 있는 유대인의 안전과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이스라엘을 겨냥한 외교 압박에도 무게를 실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이 "행정부의 최고 우선순위"라고 말하면서다. 이날 공개된 미 CBS방송 시사프로그램 '60분' 인터뷰에서도 "인질을 석방하고 휴전을 성사시키기 위해 이스라엘과 아랍 지도자들을 계속 압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랍계 미 유권자들의 민심 이반이 뼈아픈 해리스로선 이스라엘을 마냥 압박할 수도, 지지할 수도 없는 딜레마를 보여주고 있다는 게 현지 언론의 평가다. 아랍계 유권자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 왔지만,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 갈등이 격화하면서 민주당에 등을 돌리는 사례가 더 많아졌다(미 뉴욕타임스)는 것이다. 미 ABC방송은 "해리스가 이스라엘에 대한 이념적 격차를 메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의 이런 딜레마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가자지구 전쟁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실패 탓이란 기존 주장을 반복하며 이스라엘 절대적 지지를 강조했다. 트럼프는 보수 성향 라디오 휴 휴잇 쇼에선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타격할 경우 지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187개 미사일로 공격한 이란에 맞서 (이스라엘은) 공격할 자격이 있고, 공격해도 아무도 화를 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 정치·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대계 표심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날 플로리다주(州) 트럼프내셔널도럴골프장에서 열린 하마스 테러로 인한 희생자 추모식에서도 "이스라엘이 대테러 전쟁에서 승리할 권리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찌감치 해리스를 반(反)유대주의 후보로 규정했던 트럼프는 지난달에도 "내가 대선에서 지면 이스라엘은 2, 3년 내로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며 유대계 표심에 지지를 호소했다. 당시 그는 "민주당에 투표하는 유대인은 머리를 검사받아야 한다"는 과격함도 내비쳤다.
하지만 트럼프는 1년 전 가자지구 전쟁 초읽기 당시 하마스와 연대한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에 대해 "매우 똑똑하다"고 표현해 이스라엘을 경악하게 만든 전력이 있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