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싱가포르, '공급망 파트너십' 첫 양자 차원 격상...공급망 교란에 신속 대응

입력
2024.10.08 13:43
尹, 로렌스 웡 싱가포르 총리와 정상회담
양자 공급망 약정 체결, '위기대응 시스템' 구축
'LNG 수급 협력 MOU' 체결... 필요시 스와프도

한국과 싱가포르가 8일 '양국 간 공급망 파트너십 약정'(SCPA·Supply Chain Partnership Arrangement)을 체결했다. 글로벌 공급망 교란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양국 차원의 첫 협정이다. 전 세계에서 대표적 물류 허브로 꼽히는 싱가포르와 공동 위기대응 시스템을 구축해, 공급망 교란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동남아 3국을 순방 중인 윤 대통령은 이날 싱가포르에서 로렌스 웡 싱가포르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언론발표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양국은 부존 자원의 부족이라는 불리한 여건에서도 인재를 양성하고 첨단기술과 금융의 허브를 구축해 글로벌 경제 강국으로 도약했다"며 "오늘 웡 총리와 저는 양국의 우호, 협력을 더욱 미래지향적이고 호혜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SCPA 체결을 비롯해 전략물자의 공급망과 에너지 등 경제 안보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위기 등 날로 커지는 지정학적 리스크의 영향으로 글로벌 공급망 분절이 심화 중인 최근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현지 브리핑에서 "한국과 싱가포르는 이미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공급망 협정'으로 다자 차원 협력을 이어왔는데, 이번 정상회담 계기로 상호 최초 '양자 차원 협력'으로 격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중 공급망 협력 강화 분야는 '바이오, 에너지, 첨단산업'이다. 양국은 특히 '공급망 위기대응 시스템'을 공유하기로 했다. 공급망 교란 징후를 포착하면 상호 간 신속히 통보하고, 공급망 교란이 실제 발생하면 5일 내 실무자급 긴급회의를 개최하는 등 구체적 단계별 협력사항이 마련됐다.

양국은 'LNG(액화천연가스) 수급 협력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한국은 세계 3위의 LNG 수입국이고, 싱가포르는 재수출 물량 기준 세계 4위의 대표적인 '에너지 트레이딩 허브'다. 양국은 이번 MOU를 토대로 필요시 재고 물량을 교환하는 LNG 스와프와 공동구매, 정보교환 등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협력이 국내 천연가스 수급 안정과 LNG 도입 비용 절감 등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웡 총리는 양국 수교 50주년인 2025년에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는 데 합의했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체결된 MOU는 '첨단산업 에너지 기술협력 MOU'를 비롯해 총 6건이다. 양국은 첨단제조, 미래차, 인공지능(AI) 등 분야에서 우선적으로 협력하고, 향후 싱가포르 주요 기업 및 연구기관과의 공동 연구개발(R&D) 등 우리 기업의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을 지원할 계획이다. '중소·스타트업 협력 MOU' 체결로 양국 중소·스타트업의 성장도 상호 지원하기로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싱가포르 시내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싱가포르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이제 새로운 50년을 함께 준비해야 할 때, 한국과 싱가포르가 미래 첨단산업의 혁신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는 양국의 기업인, 정부 관계자 등 250여 명이 참석했다. 비즈니스 포럼을 계기로 양국 기업·기관 간 총 10건의 MOU도 체결됐다.

싱가포르= 나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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