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마이크로RNA(miRNA)를 처음으로 발견한 빅터 앰브로스(70) 미국 매사추세츠 의대 교수와 개리 러브컨(72) 미국 하버드 의대 교수가 수상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노벨위원회는 miRNA를 발견한 공로를 인정, 올해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두 사람을 선정했다고 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유전자 조절이 잘못되면 암과 당뇨병과 같은 심각한 질병을 앓을 수 있다”며 “다세포 생물에 필수적인 유전자 조절 원리를 제시한 공로로 이들을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1993년 예쁜꼬마선충의 성장을 조절하는 유전자를 연구하던 중 단백질 생성을 조절하는 작은 RNA를 처음으로 발견했다. 이후 2000년과 2001년 초파리와 사람에게서 비슷한 역할을 하는 RNA가 발견되면서 해당 물질은 miRNA로 불리기 시작했다. 김성수 경희대 의대 명예교수는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은 miRNA의 기능을 최초로 규명해 관련 연구의 영역을 크게 확장시켰다”고 설명했다.
miRNA는 20여 개의 염기(유전정보 구성요소)로 이뤄진 RNA 조각이다. 단백질을 만드는 물질(mRNA)과 결합해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제어한다. mRNA를 분해해 단백질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으로, 이는 ‘RNA간섭(RNAi)’으로 불린다. 과학계에선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miRNA 기능이 암과 관련한 세포의 증식‧분화, 면역 반응 등 여러 질병 치료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연구 중이다.
국내에서 miRNA과 관련해 가장 앞선 연구를 하는 사람은 기초과학연구원(IBS) RNA 연구단 김빛내리 단장(서울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이다. 김 단장은 miRNA의 생성 과정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밝혀 한국 과학계에서 노벨상 수상에 가장 근접한 과학자로 꼽힌다.
수상자들은 상금 1,100만 크로나(약 14억2,000만 원)의 절반씩 나눠 갖는다. 노벨위원회는 이날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8일 물리학상, 9일 화학상, 10일 문학상, 11일 평화상, 14일 경제학상 수상자를 차례로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