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의 국정감사 첫날인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 감사에서 여야는 사법부 현안 대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재판 지연 문제를 두고 자기들끼리 공방전을 벌였다. 야당은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을 거론하며 "사법부가 검찰을 견제할 필요성이 있다"며 맞불을 놓았다.
여당은 이 대표를 겨냥해 선공에 나섰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선거범 재판 선고는 1년 안에 하게 돼있는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1심만 799일이 걸렸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곽규택 의원 역시 "국민들은 법원이 일부러 심리를 늦게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거들었다.
아직 첫 정식 공판이 열리지 않은 '대북송금 의혹' 재판에서 이 대표가 재판부 변경을 요청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표의 재배당 요청 사유는 대법원 예규상 해당되는 게 없어 보인다"며 "공소제기 이전 공범에게 유죄를 선고한 법관은 사건에서 배제하도록 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민주당에서 발의했는데, 이 대표를 위한 위인설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인설법은 특정인을 위해 필요하지 않은 법을 만든다는 뜻으로, 특정인을 위해 필요하지 않은 자리를 만든다는 고사성어 위인설관(爲人設官)을 변형한 말이다.
그러나 야당은 이 대표 재판 장기화는 검찰이 자초했다고 반박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의 성남FC 사건에서만 검찰이 478명의 증인을 신청했다"며 "재판이 길어지는 게 (사법부가) 야당 대표 눈치를 보는 것이냐"고 물었다. 같은 당 김승원 의원도 "검찰의 무도한 수사 때문에 (정치적 사건의) 재판이 지연되는 것이고 피고인에게도 고통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야권에선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을 언급하며 역공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도이치모터스 사건 2심 판결문에 따르면, 김 여사에 대해 공소가 제기됐으면 주가 조작범이라는 얘기 아니냐"고 따졌다. 김용민 의원은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 김대남씨가 지난 총선 공천에서 탈락하고 SGI서울보증에 취업한 과정에 김 여사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힘을 보탰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개별 재판에 대한 (고의적) 지연 요구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사안이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재판 지연이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깊이 인식하고 있고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여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를 묻는 김용민 의원 질의에 대해선 "전체 맥락을 봐야겠지만 적절치 않은 행위인 것 같다"고 답했다.
여야 공방은 검찰 수사권을 주제로 이어졌다.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에서 검찰 탄핵 청문회를 하는 것은 삼권분립을 무너뜨리고 4심제, 5심제로 만들어 판사를 압박하는 것"이라고 야권을 저격했다. 반면 민주당은 "검찰이 어떤 사건을 수사했느냐가 잘못을 면책해주는 건 아니지 않냐"(김용민 의원)거나 '검수원복' 관련 시행령의 위법성을 언급(박균택 의원)하기도 했다.
천 처장은 "삼권분립으로 독립된 기관이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은 없으리라 믿고 형사재판은 공판중심주의로 진행되기를 바란다"면서 "(검수원복 시행령에 대해) 법원이 판단하게 된다면 입법 취지 등을 잘 살펴서 판단하게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