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오염' 재활용하면 끝? "재활용률 9% 불과, 생산 자체 줄여야"

입력
2024.10.07 16:00
다음 달 부산서 '국제 플라스틱 협약' 회의
G20 "연내로 구속력 갖춘 협약 체결 노력"
"생산 규제해야" vs "재활용 잘하자" 양분
환경단체 "재활용은 허구, 생산 감축해야"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국제 협약을 논의하는 마지막 회의가 다음 달 부산에서 열릴 예정인 가운데, 국제사회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플라스틱 생산 자체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쉽다'는 인식이 퍼져있지만 실상 전 세계 재활용률은 9%, 국내 재활용률 역시 27%로 한계가 명확한 만큼 생산을 줄이는 게 근본 해법이라는 지적이다.

소비자기후행동과 서울아이쿱생협은 7일 오전 서울 중구 덕수궁 앞에서 '플라스틱에 갇힌 지구를 구하는 시민 대행진' 기자회견을 열고 "99.9% 화석연료를 가공해 만들어지는 플라스틱은 화석연료 소비를 부추기는 기후위기의 주범"이라며 "국제사회가 구속력 있는 규제를 통해 생산량을 줄이는 것이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시키고 탄소배출을 줄일 가장 효과적이고 유일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유엔은 올해 말까지 세계 첫 플라스틱 오염 방지를 위한 협약을 체결하기로 2022년 결의한 바 있는데, 마지막 5차 회의가 다음 달 말 부산에서 열린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은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생애주기를 관리·제재하는 약속인데,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생산 감축'이다. 유럽연합 등은 생산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플라스틱 원료를 생산하는 산유국과 중국 등은 재활용 같은 폐기물 처리·관리에 방점을 찍고 있다.

하지만 '후처리를 통한 오염 종식'은 실효성 없다는 비판이 많다. 전 세계 플라스틱 사용량은 오는 2060년 12억3,100만 톤으로, 2019년(4억6,000만 톤) 대비 3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폐기물 자체가 규제 없이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아울러 '재활용 잘 되는 플라스틱' 역시 허구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 세계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9%에 불과하며, '재활용 모범생'인 한국의 재활용률도 그린피스와 충남대 연구진에 따르면 27%에 그쳤다. 일상에서 배출되는 폐플라스틱만 보면 국내 물질 재활용률은 16.4%로 더 떨어진다.

김은정 소비자기후행동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최근 미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석유 회사이자 세계 최대 플라스틱 소재 제조사) 엑손모빌을 상대로 소송을 냈는데 제조업체들이 플라스틱이 재활용 가능하다고 했던 것은 허구고, 우리 생각만큼 쉽게 재활용되지 않는다는 게 (소송) 내용"이라며 "이제는 생산을 멈추거나 줄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 "'플라스틱 재활용'은 거짓말"… 미 캘리포니아, 석유재벌 엑손모빌 상대 소송전)

한편 환경부는 이달 3일(현지시간) 브라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환경·기후장관 회의에서 '각국이 올해 안으로 플라스틱 협약 성안을 목표로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긴 선언문을 채택했다고 이날 밝혔다.

최나실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