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착공한 설악산 오색지구를 시작으로 강원도내 곳곳에서 케이블카 추진 계획이 잇따르고 있다.
7일 강원도에 따르면, 강릉~평창 선자령 구간을 비롯해 △강릉 주문진~소돌해변 △원주 치악산 △삼척 대이리 △철원 금학산 △고성 설악산 울산바위 등 도내 6개 지역에서 케이블카를 추진 중이다.
지난 6월 8일 강원특별자치도법에 효력이 생기며 환경영향평가 권한을 강원도가 갖게 된 게 케이블카 붐의 가장 큰 원인이다. 이전보다 수월하게 착공이 가능해 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 것이다. 환경영향평가는 그동안 케이블카 추진 과정에서 가장 높은 벽으로 여겨졌다. 설악산 케이블카의 경우 환경영향평가 문턱을 넘지 못해 2015년 조건부 승인에서 지난해 착공까지 8년이 걸렸다.
여기에 정부의 합리적 산지이용 기조가 더해져 케이블카를 활용한 관광마케팅 전략이 곳곳에서 등장했다. 앞서 2017년과 2021년 운행에 들어간 삼척 장호항 해상케이블카, 춘천 삼악산 호수케이블카의 성과도 추진을 서두르게 하는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강원도가 물꼬를 트자 전국적으로 케이블카 추진이 이어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강릉시와 평창군은 이미 강릉 성산면 어흘리에서 평창 선자령(해발 1,157m)까지 5㎞를 잇는 케이블카 노선을 확정하고 주민설명회까지 마쳤다. 영서와 영동을 잇는 고갯길을 공중으로 넘나드는 관광상품으로 육성하기 위해 두 지자체가 힘을 모았다. 강릉시와 평창군은 660억 원을 들여 2030년까지 국내에서 가장 긴 케이블카를 완공할 계획이다.
강릉시는 또 소돌항~영진항(4.8㎞)을 잇는 해상케이블카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최근 드라마 촬영지로 인기를 모았던 곳이다. 원주에선 치악산 케이블카 추진 소식에 노선 유치전이 벌어졌다. 설악산 울산바위와 삼척 대이리, 철원 금학산도 자연경관이 수려한 곳을 활용한 관광산업 활성화 차원에서 케이블카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케이블카 추진에 나선 6곳 시군 관계자와 회의를 진행한 강원도는 노선 현장답사와 규제 여부 등을 파악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말까지 사업 우선순위를 정해 순차적 추진 계획을 세웠다. 한꺼번에 케이블카를 착공해 과도한 경쟁을 우려한 조치다.
절차는 간소화 됐지만 케이블카 착공까지 넘어야 산이 만만치 않다. 환경파괴 논란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정의당 강원도당은 "백두대간을 자르는 케이블카가 친환경적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신규 케이블카 사업으로 인한 심각한 환경파괴가 예상됨에도 일언반구 말이 없고 강원특별법을 통해 환경영향평가를 무력화하겠다는 의도가 실현되고 있다는 데에 안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환경적 측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강원특별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케이블카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경제성을 입증하는 것도 과제다.
전국 케이블카 40여 곳이 운행 초기 반짝 특수 이후 적자에 시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저마다 경관이 최고라고 홍보하지만 적지 않은 요금을 내고 케이블카를 재방문할 관광객이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케이블카는 이미 사양산업이 됐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관광산업 활성화라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기 앞서 철저한 검증이 먼저'라는 말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강원도 관계자는 "여러 부분을 고려했을 때 케이블카 노선 6곳 가운데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곳도 있다"며 "사업 우선순위를 면밀히 검토해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