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5대 은행 금전 사고 2280억…사고 19개월 지나서야 알아

입력
2024.10.0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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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 횡령이 72건으로 가장 많아
건수로는 국민·하나, 금액으론 우리 1등
사기 발생 12년 만에 적발해 보고하기도



최근 5년간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발생한 횡령, 배임 등 금융사고 금액이 2,20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가 발생한 이후 금융사가 이를 확인해 금융당국에 보고하기까지 평균 19개월 이상 걸린 것으로 조사되면서 금융권의 내부통제 체계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7일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5대 시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135건에 이른다. 임직원 횡령이 72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사기(34건), 업무상배임(16건), 도난·피탈(9건), 유용(4건) 순이었다. 전체 피해금액은 2,286억 원이었다.

은행별로는 KB국민과 하나가 각각 32건으로 가장 많았고 농협(25건), 우리(24건), 신한(22건)이 뒤를 이었다. 피해금액으로 보면 우리(1,045억 원)가 가장 많았으며, 국민(666억 원), 농협(366억 원), 하나(144억 원), 신한(66억 원) 순이었다. 피해금액이 가장 큰 사건은 우리은행 기업개선부 직원이 인수·합병(M&A) 관련 계약금 예치 계좌에서 626억 원을 횡령한 건이다.

사고 시작일로부터 금융당국에 보고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19.4개월이었다. 한 은행 지점에서 발생한 사기 사건(피해금액 1억9,600만 원)은 2012년 1월에 발생했는데 2024년 2월이 돼서야 보고가 됐다. 이에 대해 은행 관계자는 "사고 발생 시점이라는 것은 대출 실행 시점으로 일정 기간이 지난 뒤에야 문제가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며 "모든 대출이 문제가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알 수 없다 보니 시차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수년이 지난 후에야 인지한 금융사고도 상당수인 만큼 내부통제 시스템을 다시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들어 문제가 된 우리금융 부정대출 사고도 2018년부터 장기간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적발까지 기간이 길다 보니 사고가 반복되고, 그사이 문제를 일으킨 금융사 직원이 퇴직하거나 사망하면서 회사 차원의 제재가 이뤄지지 않기도 한다.

천 의원은 "은행 내부 통제, 금융당국의 감시 체계 등 금융권 사고 적발 체계를 전면적으로 대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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