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3국 순방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6일(현지시간) 필리핀 칼람바의 삼성전기 생산 법인을 찾았다. 1997년에 세운 필리핀 생산법인은 2000년부터 정보기술(IT)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인덕터 등을 만들고 있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전날 칼람바 삼성전기 MLCC 공장을 찾아 경영진과 미래 사업 전략을 논의하고, 공장 생산 시설을 살폈다. 이어 △인공지능(AI) △로봇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른 사업 기회를 선점할 것을 당부했다.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한 만큼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반도체가 원활하게 작동하게 하는 반도체 핵심 부품이다. 스마트폰, 전기차 등에 쓰이는데 전자업계는 MLCC 시장이 2023년 4조 원에서 2028년 9조5,000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회장은 칼람바 생산 법인을 떠나기 전 현지 근무하는 임직원과 간담회를 열어 그동안의 노고를 격려하고 애로 사항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 회장은 수시로 부산, 중국 톈진, 수원 등 삼성전기 사업장을 찾아 사업 현황을 점검하며 고부가 MLCC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 및 자율주행 기술 발달로 성장하고 있는 전장(電裝·자동차 내 전자장치)용 MLCC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2018년 톈진에 MLCC 2공장을 지었다. 스마트폰에 IT용 MLCC가 1,000개가 들어가는 것에 비해 전기차에는 전장용 MLCC가 3,000~2만 개가 탑재되고 가격도 세 배 이상 높다. 이 회장은 2020년 부산 사업장을 찾아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선두에 서서 혁신을 이끌어가자"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현실에 안주하거나 변화를 두려워하면 안 된다"며 "불확실성에 위축되지 말고 끊임없이 도전하자"고 덧붙였다.
재계 관계자는 "필리핀 생산법인은 2012년 MLCC 2공장을 준공하고 2015년 2,880억 원을 투자해 생산 라인을 추가 증설하는 등 MLCC 핵심 생산 거점으로 성장했다"며 "고성능 전장용 MLCC 추가 생산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