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오늘 세상을 떠난 아일랜드계 미국인 기업가 겸 박애주의자 찰스 프랜시스 피니(Charles Francis Feeney, 1931.4.23~2023.10.9)를 경제 잡지 포브스는 “박애주의의 제임스 본드”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피니는 자신의 존재를 철저히 감춘 채 사업과 투자로 번 약 10조 원(약 80억 달러)의 재산 거의 전액을 기부했다.
그는 1960년 친구(Robert Miller)와 함께 면세 명품 소매업체의 대명사 격인 ‘DFS(Duty Free Stores) 그룹’을 설립, 전후 해외여행 붐을 타고 단숨에 세계적인 부호가 됐다. 그러곤 1982년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버뮤다에 ‘애틀랜타 박애재단’을 설립, 동업자도 모르게 자신의 회사 지분 전량(38.75%, 당시 약 5억 달러)을 기탁했다. 재단은 미국과 아일랜드를 포함, 세계 각지의 교육-의료 기관과 평화 인권단체 등을 줄기차게 도왔다. 자금 추적이 힘든 조세피난처를 택함으로써 기부에 따른 세금 감면 혜택까지 포기한 까닭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의 선행은 1997년 1월 DFS가 명품 패션 기업 모엣 헤네시 루이비통(LVMH)에 매각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그가 세계 각지에 보유하고 있던 저택과 별장, 비행기와 자동차 등을 모두 팔아 재단에 넘긴 사실도 함께 알려졌다.
그는 말년까지 자가용 비행기 대신 이코노미석 여객기를 탔고, 헐한 자가용 승용차도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했고, 캘리포니아의 작은 임대 아파트에서 두 번째 아내와 함께 지냈다. 그가 남긴 유산은 10달러 남짓 되는 손목시계를 포함, 약 200만 달러가 전부였고, 재단 역시 2020년 기금을 모두 소진하고 청산됐다. 워런 버핏은 그를 “나의 영웅이자 빌 게이츠의 영웅”이라 기렸다.
피니는 “생전에 인간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의미 있는 노력에 쓰는 것보다 더 의미 있고 적절한 돈의 쓰임새는 알지 못한다”는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