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티몬∙위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의 정점으로 지목된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2년 전 정산불능 징후를 감지하고도 문제를 은폐한 것으로 검찰이 파악했다. 검찰은 이런 내용을 포함해 구 대표 등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티몬·위메프 전담 수사팀(팀장 이준동 부장검사)은 4일 구 대표와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횡령·배임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구 대표 등 핵심 경영진 내부에서 자금 경색 상황이 논의된 정황을 전하며 이들의 구속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대표는 티몬 인수 직후인 2022년 9월 다른 경영진에게 '티몬은 날아갈 수 있으니 큐텐으로 뽑아갈 것 뽑자'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때부터 구 대표는 티몬의 자금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큐텐의 이익만을 위해 거래량 확대를 지시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류광진 대표 역시 2022년 12월 '길어야 6개월이 시한부인데 걱정이다. 이제 상품권도 거의 최대치다'라는 취지의 대화를 나눈 정황이 포착됐다. 류화현 대표는 올해 초부터 '정산대금 미지급은 시스템 장애, 집계 오류 때문이라고 하겠다'는 등 허위 해명을 준비한 것으로 파악됐다.
구 대표는 이렇게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예견했으면서도 7월 국회에 출석해 '7월 중순 무렵에야 정산 지연 사태를 티메프로부터 보고받았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구 대표가 일찍이 상황을 알고서도 티메프의 상품권 할인 판매를 계속하도록 지시하고, 계열사 자금을 대여금 등의 형식으로 큐텐 쪽에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들이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상황을 은폐하려 한 구체적 정황도 제시했다. 2022년 말 기준 5,163억여 원에 이르던 미정산 금액을 462억여 원으로 축소 보고하고, 신규 투자 유치를 하는 내용의 허위 경영개선 계획서를 고의로 제출했다고 한다.
구 대표 등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르면 9일 열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