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전쟁 발발 1주년을 앞두고 전 세계 곳곳에서 휴전을 촉구하는 시위가 잇따랐다. 세계 각국은 시위가 격화해 테러 행위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AP·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각지에서 전쟁 중단을 요구하고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이들은 '팔레스타인에 자유를', '집단 학살 중단'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었다.
이탈리아 당국은 당초 친(親)팔레스타인 시위가 공공 안전을 저해하고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을 미화할 수 있다는 이유로 행진 금지령을 내렸다. 하지만 이날 6,000여 명의 시위대가 로마 길거리에서 행진을 강행,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 30여 명, 시위대 3명 등이 다쳤다고 AP는 전했다.
영국 런던과 독일 베를린에서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대에 맞서 이스라엘 국기를 든 맞불 시위도 벌어졌다고 통신은 전했다. 약 4만 명이 모인 런던에서는 경찰 저지선을 통과하려는 시위대와 경찰 간 몸싸움이 벌어져 최소 15명이 공공질서 위반, 폭행 혐의 등으로 체포됐다. 런던 집회 참가자 자크레아 바키르는 AFP에 "지금까지 영국에서 12번 이상 반전 시위에 참석했는데 상황은 점점 악화하기만 하고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고 비판했다. 이 외에도 베를린에서는 약 1,000명이, 프랑스 파리에서는 약 5,000명이 길거리에 모였다.
미국에서도 휴전 촉구 집회가 열렸다. 수도 워싱턴에서는 한 남성 사진기자가 시위 도중 "나는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기자다"라며 자신의 왼팔에 분신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는 시위 직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가자지구 전쟁으로 사지를 잃은 1만 명의 어린이들에게 왼팔을 바친다"라며 분신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와 예루살렘에서는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대가 거리를 점령했다. 인질 가족들은 성명을 통해 "정부가 인질 협상에 있어서 여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외에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도 뉴델리, 필리핀 마닐라, 일본 도쿄 등에서 전쟁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세계 각국은 전쟁 1주년을 앞두고 테러 등을 우려,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부는 4일 테러와 증오범죄 경보를 발령, "유대교 회당이나 모스크(이슬람 사원)는 물론 합법적 시위도 위협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테오 피안테도시 이탈리아 내무장관도 "1주년을 앞두고 잠재적 테러에 대비해 높은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AP는 "전쟁 1주년이 되는 7일 시위가 절정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