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푹 빠진 중후장대 업계, 왜

입력
2024.10.07 13:00
효성중공업·한전, AI 전력설비 안전·효율성 높인다
삼성중공업, 종이 도면 없애...스마트 조선소 간다
두산에너빌리티·포스코, 소결 공정 적용 공동 연구


'굴뚝산업'으로 분류돼 온 중후장대(重厚長大) 업계가 인공지능(AI) 적용과 관련 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정밀성을 요구하는 공정이 많은 업계에 AI의 효용성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효성중공업은 한국전력공사와 AI로 전력기기 상태를 평가해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는 진단·자산 관리 통합 체계 '알프스'(ARPS)를 공동 개발해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는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전력설비 상태를 실시간 평가하는 효성중공업의 자산관리시스템 '아모르'사물인터넷(IoT) 센서 등으로 전력 설비 상태를 실시간 자동 판정하는 한전의 진단 기술 '세다'를 융합한 것이란 설명이다.

조선업계에서도 AI를 활용한 공정개선 움직임이 한창이다. 삼성중공업은 9월 30일 모든 선박 건조 작업에 '3D 디지털 생산 도면'을 적용했다며 국내 첫 '무(無)도면 조선소'를 선언했다. 이를 디딤돌로 이 회사는 AI 기술을 활용한 '2025년 지능형·자율형 조선소' 전환에 본격 나설 방침이다. 현실의 기계, 장비, 사물을 컴퓨터 속 가상세계에 구현한 '디지털 트윈' 조선소를 구축해 선박 건조 공정을 개선한다는 취지다.

이 같은 AI 기술 적용은 공정의 정확도를 높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장치 산업 특성상 사람의 판단 실수나 계산 착오로 인한 산업 재해 감소 효과를 우선 기대할 수 있다. 알프스가 구축되면 변압기, 차단기 등의 부품 교체 필요성 판단이나 고장 예방 경고를 AI가 빅데이터 기반으로 알고리즘에 의해 하게 된다. 효성중공업은 이를 통해 발전·송전 설비의 유지보수 안정성, 정확성이 올라갈 이라고 봤다.



국내 최초 '무(無)도면' 조선소... '스마트·지능형'으로


업계는 AI 적용과 신기술 개발을 통한 업무 효율성 증대와 비용 절감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2025년 스마트 지능형 조선소가 완성되면 선박 수주에서부터 건조까지 전 공정의 의사 결정에서 AI의 도움을 받아 이익을 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데이터가 쌓이면 선박과 부품의 자동 설계도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철강·플랜트 업계도 AI를 활용한 공정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포스코 출연연구기관인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은 7월 '소결공정 AI 적용을 위한 데이터 분석 용역' 계약을 맺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AI 기반으로 전력 발전소를 운용해왔는데 제철소 내 소결(燒結·고체 가루에 열과 압력을 가해 입자를 결합) 설비에도 이를 적용하려는 것이다. 두산에너빌리티 측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생산되는 소결광 품질도 향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통과 함께 에너지·건설이 주력 사업인 GS그룹의 경우 허태수 회장이 직접 나서 AI를 활용한 디지털전환(DX) 업무 혁신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AI 활용비법을 공유하는 사내 행사도 잇따라 열렸다. GS그룹은 최근 서울 강남구 GS타워에서 글로벌 거대언어모델(LLM)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설루션 기업 라마인덱스의 연사를 초청해 AI 활용 방법을 공유하는 '라마인덱스52g-GenAI 커넥트 데이'를 열었다. GS그룹은 2월에도 GS타워에서 계열사 직원 68명을 모아 생성형 AI를 활용한 업무개선 경험을 공유하는 'GS 생성형 AI 커넥트 데이'를 열었다.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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