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살림 더 팍팍해져...정부가 대신 갚아준 빚, 8개월간 1조

입력
2024.10.0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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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론15 대위변제율 8월 기준 25.3%
정책서민대출 대부분 대위변제율 치솟아
"취약계층 빚 상환 능력 약화... 정책 내놔야"

정부가 서민과 취약계층을 위해 대신 갚아준 채무가 올해 들어 8개월 만에 1조 원을 웃돌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위변제액이 역대 최대액을 기록할 공산이 커졌다.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서금원이 제공하는 정책서민금융 상품의 대위변제액 총액은 1조551억 원이었다. 지난해(1조5,135억 원)의 69.7% 수준이다. 남은 4개월간 대위변제액이 크게 줄지 않는 한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상품별로는 햇살론15 대위변제액이 가장 많았다. 햇살론15는 신용점수가 하위 20%이면서 연소득 4,500만 원 이하이거나 연소득 3,500만 원 이하인 서민이 이용할 수 있는 정책금융상품인데, 만기까지 대출을 갚지 못해 정부가 대신 갚아준 금액만 8월까지 3,591억 원으로 전체 대출액의 25.3%에 달했다. 햇살론15 대위변제액이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2020년 5.5%에서 2021년 14%, 2022년 15.5%, 지난해 21.3%에서 올해는 이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햇살론15 대상에 해당하면서 직장에 재직 중인 서민을 대상으로 하는 '근로자햇살론'의 경우 8월까지 대위변제액이 3,398억 원으로 대위변제율은 12.7%였다. 부채·신용도가 개선된 서민만 이용할 수 있는 '햇살론뱅크'도 같은 기간 대위변제액이 2,453억 원에 달했고, 대위변제율은 14.6%였다. 만 34세 이하 청년층이 대상인 햇살론유스의 대위변제액도 420억 원(대위변제율 11.8%),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은 689억 원(25%) 수준이었다. 모든 정책금융상품의 대위변제율이 지난해보다 높아진 상태다. 고금리 장기화, 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져 빚 상환 능력이 악화됐다는 의미다.

정부가 최대 100만 원을 바로 빌려주는 소액생계비대출도 연체율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공급액 958억 원 가운데 연체잔액은 109억 원(연체율 11.7%)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8월까지 연체 잔액 2,063억 원에 연체율은 26.8%에 달한다.

이 의원은 "경제적 취약 계층의 부채 부담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연령대별 맞춤형 채무조정 정책을 지금보다 구체화하면서 효과적인 서민 경제 부양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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