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에 수정 의견을 낸 것으로 6일 확인됐다. 실무안은 2030년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 비중을 21% 수준으로 설정했는데, 이를 더 높여야 한다는 게 환경부 입장이다.
전기본은 중장기 전력수요와 공급에 대한 계획이다. 15년 동안의 계획을 2년 주기로 짠다. 현재 수립 중인 11차 전기본 계획기간은 2038년까지다. 지난 5월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실무안을 토대로 기후변화영향평가(전략환경영향평가)와 부처 간 협의를 거쳐 정부 초안이 완성된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지난달 23일 종료됐다.
실무안에는 지난해 기준 31.4%인 석탄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17.4%로 낮추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9.6%에서 21.6%로 올리는 내용이 담겼다. 같은 기간 원자력 비중은 30.7%에서 31.8%로 소폭 상향했다. 실무안 발표 뒤 일각에서는 "원자력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날 녹색연합이 공개한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 보고서를 보면, 환경부는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 기후위기에 대한 국민적 관심 및 국제 동향 등을 고려해 본 계획 확정 전까지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상향해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또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주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보다 낮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한 노력을 배가해 국제사회 흐름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의견도 담았다.
지난 8월 헌재가 2031년 이후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를 담지 않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8조 1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도 커지고 있는 만큼 더 높은 수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세우자는 취지다.
환경부가 11차 전기본 실무안에 제동을 걸자 환경단체는 즉각 수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황인철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장은 "환경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전기본 변경을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기후헌법소원 판결 취지와 국제사회의 흐름을 반영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해 11차 전기본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부 입장에서도 전기본 수정은 중요한 문제다. 환경부는 10차 전기본 논의 때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자고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1차 전기본에도 환경부 의견이 반영되지 않을 경우 전략환경영향평가 제도 자체에 대한 무용론은 물론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환경부 목소리에 힘이 없다는 비판까지 불붙을 수 있다. 황 팀장은 "만약 산업부가 협의 내용을 11차 전기본에 반영하지 않는다면 기후변화영향평가 제도 취지를 부정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